경제·금융

[동십자각] 거짓말

세상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常識)이다. 사람을 다스리는 잣대인 법(法)도 따지고 보면 상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는 설자리를 잃게 마련이다.세기말적 현상에 힘입어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거짓말」이라는 영화가 요즘은 지탄을 받고 있는 것 같다. 30대 후반의 유부남과 여고생이 벌이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루고 있는 이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역겹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거짓말」이라는 영화가 예술을 빙자해 외설을 상품화했다는 혹평까지 제기하고 있다. 외국의 무슨 단체에서 상을 받을 정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화가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은 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으 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고지순(至高至純)한 것을 빗대 장삿속을 드러내는 것은 비단 거짓말이라는 영화만은 아니다. 요즘 시민단체들이 명단을 공개해 궁지에 몰리고 있는 부패한 정치인들은 거짓말보다 더 역겹다. 그들을 정치인이라고 불러야할지 조차 짜증이 난다. 지난 15일 여야의원들이 통과시킨 정치구조개혁입법은 거짓말의 수준을 넘어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직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잘려나가자 의원수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많은 국민들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가 보다』며 일응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들이 지난 1년여동안 머리를 짜내서(?) 한 일을 보면 그야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각 당의 이해에 따라 선거구를 나눠먹었으며,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선거사범공소시효는 6개월에서 4개월 단축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들에 대한 언론의 질책이 심해지자 「선거기사심의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고, 스스 떳떳하지 못한 조직이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심사하는 인사청문회를 연다는 것이다. 정말 양심이 있는 사람이고 조직이라면 도저히 상식적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3류정치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부패한 사람들 부터 돈을 받아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사람이 치국(治國)하겠다며 의정단상에 나설 수 있는 일인가. 그러면서도 그런 행태를 비난하는 언론을 옥죄겠다는 말인가. 시민단체들이 부패한 정치인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이 갈수록 거세지자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쳐 보호막을 쳐보자는 심산임에 틀림없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한 거짓말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정치판이 더 이상 삼한시대 범죄자들의 피신처였던 소도(蘇塗)가 돼서는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소도 피신할 수 없도록 하는 힘은 바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이다. 모두들 새 천년 희망을 이야기한다. 새 천년에는 정치부터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거짓말이 이 땅에 더 이상 예술이나 정치라는 미명으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