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투자자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은 매우 단순하다. 우량 종목을 싸게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쉬운 원칙이지만 그대로 실천하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
작년 연말 슈로더자산운용의 마시모 도사토 부회장은 국내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을 ‘38개월 대 8개월’이라고 말로 압축해서 말했다. 여기서 38개월은 전 세계 슈로더 고객들의 평균 펀드 가입 기간이고, 8개월은 국내 고객들의 평균 가입 기간이다. 아직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에 비해 단기적인 시황에 따라 투자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최적의 매매타이밍을 안다면 단기매매로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군중심리’에 기인한 비합리적인 매매패턴을 보이곤 한다. 예컨대 최근 수익률이 제일 높은 펀드가 앞으로도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목돈을 과감하게 투자하는가 하면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면 불안감에 펀드를 환매하거나 다른 펀드로 갈아타기를 고민한다.
펀드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단기적인 시장예측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 정액 적립식 투자다. 적립식 투자란 매월 일정금액으로 장기간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다. 매월 같은 금액으로 펀드를 매수하기 때문에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수의 좌수가 매수되고 주가가 낮을 때는 더 많은 좌수가 매수되어 자동으로 매수할 좌수가 조절된다.
1월에 주식형펀드에 가입해 4개월간 매월 초 10만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1월 펀드 기준가가 1,000이라면 매수된 좌수는 10만좌다. 주가가 하락해서 2월에 기준가가 800이 되면 매입단가가 낮아져 1월보다 더 많은 12만5,000좌가 매수된다. 주가가 더 하락해서 3월 기준가가 500이 되면 20만좌가 매수된다. 3개월간 주가는 계속 하락했지만 그만큼 평균 매입단가도 낮아진다. 마지막 4월에 주가가 상승해서 기준가가 다시 1,000이 되면 4개월간 투자원금 40만원에 대한 펀드 평가금액은 52만5,000원이 된다.
펀드 첫 불입시점인 1월과 네번째 불입시점인 4월의 기준가는 1,000으로 같지만 적립식 투자로 평균매입단가가 낮아져 수익률은 31%가 된다. 그러나 만일 1월에 40만원을 한꺼번에 투자했다면 4월에 되었을 때 평가금액은 원금과 같았을 것이다. 적립식 투자는 단순히 평균 기준가로 매수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4개월간 기준가 평균(4개월간 기준가의 합/4)은 825이지만 평균매입단가(총투자금액/총매입좌수X1,000)는 그보다 낮은 761이다. 이렇듯 적립식 투자의 묘미는 평균 기준가보다 평균매입단가가 더 낮아지는데 있다.
적립식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수익률이 좋다고 투자금액을 갑자기 증액하거나 수익률이 안 좋다고 자동이체를 정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적립식 효과는 정액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할 때 극대화 된다. 장기 적립식 투자로 평균매입단가를 낮췄다면 환매할 때도 여러 차례 분할 매도해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