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조기 출구전략 물건너가나

연준 FOMC 정례회의서<br>"노동시장·물가전망 따라 자산매입 확대^축소 검토"<br>시장 양적완화 유지로 해석

벤 버냉키 연준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현행 3차 양적완화(QE3) 기조를 더 유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연준이 조기에 '출구전략'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1일(현지시간)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를 이틀간 주재한 뒤 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현 수준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현행 0∼0.25%인 초저금리 기조 역시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연준은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경제는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확장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회복세는 더 강화될 것이고 고용여건도 최근 몇 개월간 개선됐다"며 그동안의 경기판단 기조를 유지했다. 이어 연준은 고용 전망이 '확연하게' 개선될 때까지 매월 국채 450억달러와 주택담보부채권(모기지채) 400억달러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종전과 변함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다만 "노동시장 회복 및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확대나 감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미묘한 입장변화를 나타냈다. 얼핏 중립적인 발언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양적완화 유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3차 양적완화가 실시된 이래 '확대'라는 발언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사진) 연준 의장은 지난번 회의만 하더라도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거나 물가상승률이 2%(최고 2.5%)를 웃돌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과 고용 등 주요 지표의 개선 추세가 둔화되면서 연준의 정책 무게가 출구전략 모색보다는 완화 지속 쪽으로 완연히 이동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련기사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동안 '수사학의 향연'을 보여줬던 연준이 사상 처음으로 명쾌하게 '확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4년간 양적완화책을 도입한 연준의 근본적 목표는 2% 내외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3월 기준 1.1%로 목표의 절반인 물가상승률이 연준이 수사학을 집어던진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성명이 양적완화 확대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다음번 회의에서 양적완화 확대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게 아니라 당분간 자산매입 규모를 감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FT 역시 "경기가 개선되면 출구전략에 들어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완화책을 확대할 준비도 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연준은 미국 경기 둔화의 원인이 정부 정책에 있다며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연준은 성명에서 "(적자 감축을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이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AP는 "연준은 정부의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기조를 같이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며 "둔화되는 제조업ㆍ고용지표 결과 앞에 정치권과 행정부에 명백히 한방 날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희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