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외건설 '새신화를 쓴다'] <5> 인도:열악한 인프라, 우리가 구축

안전·성능 대만족 "또 맡기고 싶다" <br>고속도로 개선 사업에만 2010년까지 400억弗투자<br>남북도로건설 7개 프로젝트중 쌍용서 한꺼번에 4개 따내기도







인도에서 10루피(한화 250원) 짜리 물건을 산다고 치자. 한꺼번에 많이 사면 깎아주겠지 싶은 마음에 10개를 달라고 하면 가게주인은 110루피를 요구한다. 90루피가 아닌 110루피를 말이다.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간단하다.지금 가게에 7개 밖에 없는데 3개를 가져오려면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인도의 가게들이 영세하고 물류비용이 높아 인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기 어려운 것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인도의 인프라가 열악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발달린 것은 모두 차도로 다닌다’고 말할 만큼 좁은 도로에는 차, 오토릭샤(오토바이택시),자전거, 소, 코끼리가 뒤엉켜 제 갈 길을 간다. 2차선에는 3개 차가 나란히 달리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도 서슴지 않는다. 고속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 말이 고속도로이지 길이 좁은 데다 보행자들이 수시로 길을 가로질러 좀처럼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주 경계를 넘어가는 길목에는 물건을 실은 대형트럭이 수백 미터 줄지어 서 있다. 임태환 대림산업 뉴델리 지점장은 “주마다 다른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트럭은 그 자리에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라며 “하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으로 요즘은 시내에 새 차가 부쩍 늘었고, 일부이긴 하지만 외국기업이 모인 노이다, 푸네를 연결하는 도로는 우리나라 못 지 않게 잘 닦여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도 경제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미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인도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섰다. 정부는 98년 ‘국가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세우고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인도 고속도로청에 따르면 인도의 도로길이를 모두 합치면 약 331만km. 지구 한 바퀴 도는 길이가 4만km인 것을 감안하면 80번 이상을 돌아야 하는 길이다. 그 중심 축은 황금사각연결도로(5,846km)와 남북-동서도로(7,300km)다. 황금사각연결도로는 델리, 뭄바이, 첸나이, 콜카타 등 주요 4대 도시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연결하는 것이고, 남북-동서도로는 십자형으로 대륙을 가로지른다. 현재 황금사각연결도로는 90%, 남북-동서도로는 10%가 완공된 상태다. 인도 정부는 고속도로 개선사업에 오는 2010년까지 400억 달러, 철도사업에 2012년까지 150억 달러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건설회사도 지난 2001년부터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울트라건설 등이 정부발주공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쌍용건설이 마드야 프라데쉬 주에 위치한 남북도로 7개 프로젝트 가운데 5개에 입찰, 4개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한 날 한시에 입찰한 프로젝트에 한 업체가 이처럼 무더기 수주를 한 것은 현지에서도 이례적인 일. 쌍용건설은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인도를 방문한 김석준 회장이 직접 수주활동에 나서는 등 공을 들여왔다. 허기태 쌍용건설 인도지사장은 “인도 시장은 터널, 철도, 댐 등 도로건설 사업 발주가 잇따를 전망이라 우리나라 기업이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신규진입 건설회사가 증가하는 데다 토지수용과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요인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뉴델리 시내에서는 현지업체와 조인트벤처 형태로 진출한 삼성물산이 지난 2001년 4월 시작한 지하철 공사를 오는 3월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중이다. 플랜트 공사 부문에서도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등 국내 건설업체의 정유ㆍ석유화학 공장에 대한 수주활동이 활발하다.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마투라에서는 대림산업이 최근 완공한 IOCL(Indian Oil Coporation Limited)의 DHDT(디젤에서 유황성분을 제거하는 시설)을 시운전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발주처인 IOCL은 인도 최대 국영정유회사로 연 매출액 40조원에 이르는 포춘지 선정 189위 기업. 마투라 공장은 IOCL이 보유한 전국 7개 공장 가운데 3번째로 큰데 수도 뉴델리에 디젤을 공급하는 주요 공장이다. 한국기업에 대한 IOCL의 신뢰는 매우 높다. 고쿨 소마니 IOC 상무는 “한국기업에 공사를 맡긴 결과 안전, 성능 측면에서 모두 매우 만족스러웠고, 다시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순 마투라 DHDT 현장팀 부장은 “IOCL은 오는 2009년까지 정유ㆍ석유화학 부문에서 파니팟, 오리사, 구자라트 등의 지역에 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대림산업은 2번 연속 마투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데 이어 외국업체로서는 처음으로 3번째 수주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건설 시장은 향후 5~10년간 최대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임태환 지점장은 “최근 유가가 뛰면서 외국기업은 물론 인도 엔지니어들까지 모두 중동으로 몰려가는 추세라 요즘 인도 발주처들은 오히려 응찰자가 부족해 고민에 빠졌다”라며 “인도 신문에는 엔지니어 구인광고가 부쩍 늘었고 이들의 몸값은 금값으로 뛴 상태”라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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