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피할 수 없는 친환경 경영

이현자 <기술표준원 연구관>

유럽연합(EU)이 환경정책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환경 규제로는 자동차 및 가전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폐차처리지침(ELV)과 전기가전제품에 대한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WEEE&RoHS)이다. 이는 자동차ㆍ전기가전제품에 납ㆍ수은ㆍ카드뮴 등 유해물질을 사용한 제품은 EU시장 판매 금지조치로 이제는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는 수출을 할 수 없다. EU 역내수입품 환경규제 강화 실제로 이러한 환경 규제로 지난 2001년 소니가 수출한 전자제품이 네덜란드가 정한 환경규제치를 벗어나 통관 금지처분을 받았고 문제의 부품을 교체하는 데 1,800억원이 들었다. 기업 이미지 손상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수출로 먹고살아온 우리나라의 경우 대 EU 수출 총액의 약 70%가 영향을 받아 2003년 기준 146억달러가 환경 규제 적용대상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제적 환경 규제를 선도하는 EU 산업계는 환경기준을 제정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킴으로써 수입품은 유럽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미국ㆍ일본 및 우리나라 같은 EU 역외 기업의 경우 이러한 EU 지침이 자국상품의 EU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ㆍ호주ㆍ캐나다 등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면서 환경기준보다 더 친환경적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에 친환경상품 구매 확대정책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환경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은 EU보다 엄격한 규제를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면서 일본 기업의 입장을 EU법 제정에 반영하기 위해 재유럽 일본계 관련 기업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EU 지침의 검토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기업들도 EU 규제가 발효되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 짧은 준비기간이지만 나름대로 대비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이다.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은 환경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환경 규제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ㆍ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중요하다. 자동차ㆍ전기가전제품 부품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완성제품업체가 나름대로 환경 관련 규제에 대비한 교육과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나 전체 수출업체를 커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완성품업체별로 유해물질 배제를 위한 가이드 라인이 다르다 보니 협력업체들이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크게 안고 있는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다. 업체간의 이해와 노력으로 비용 절감을 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EU의 환경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 접근이 봉쇄돼 무역장벽이 될 수도 있지만 환경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제품에는 유망한 시장환경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EU의 환경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기술력을 갖추면 오히려 대량수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준 강화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실기하지 않고 제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EU의 조치로 국내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지만 감당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닐 것 같다. 다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공동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와 기업의 환경 규제 극복 노력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친환경경영 및 기술개발을 유도함으로써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는 EU 지침이 부당하게 무역을 제한하지 않도록 무역상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WTO/TBT) 등 관련 기술위원회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의견제안을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정부·기업 공동대응 모색을 또 국내기업이 미리 준비하도록 중장기 환경 규제 대응전략을 수립해 대체물질 개발, 신뢰성평가기술 확보, 유해물질 분석 및 신뢰성 평가방법의 표준화 등 기술개발 및 인프라 확충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도 환경 규제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기술개발 투자에 인색하지 말고 협력업체와의 능동적 기술 교류 및 협조체계로 환경개선을 이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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