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과 환율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다음달 27일 서울에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3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외환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는 공식적으로 처음이어서 회담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제46차 미주개발은행(IDB)연차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5월27일 서울에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 모임인 제1회 ‘한국은행(BOK) 인터내셔널 컨퍼런스’가 개최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총재는 “이 자리에서 우리측 초청으로 3국 총재들이 따로 모여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협력문제를 이야기할 것”이라며 “미리 의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외환보유액과 환율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북아국가들이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흑자가 많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공동방어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임은 높은 외환보유액과 달러약세로 지속적인 환율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3국이 중장기적인 협력과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상은 9일 오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아시아 금융위기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한ㆍ중ㆍ일 3국간의 긴밀한 금융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박 총재는 외환다변화 정책과 관련, “최근 원화의 평가절상이 지나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변화정책을 쓰면 환율이 더 떨어져 현 단계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시중은행에 외환보유액을 맡기는 방안에 대해 "시중은행에서 수요가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아울러 연기금과의 스왑을 통해 외환을 활용하는 방법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총재는 이날 낮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중앙은행(BOJ) 총재가 초청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 오찬간담회에 참석했으나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