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화를 통한 쌀 관세 철폐 등의 요구가 사실상 봉쇄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은 ‘시간문제’로 다가오게 됐다. 마지노선으로 꼽히던 쌀 문제(개방 예외)는 양국간 협상이 예상보다 쉽게 끝날 가능성이 높고 ‘뜨거운 감자’였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역시 북한 미사일 발사 등과 맞물려 ‘정치적 이슈’로 삼아 한미 FTA 협상과 별도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쌀 협상 쉬워지고 개성공단 빠지고=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미국ㆍ중국 등과 합의한 쌀 관세화 유예(2014년까지)가 법률적으로 FTA 협상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한미 FTA 쌀 협상은 엄청난 장애물 하나를 넘은 셈이 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권오복 박사는 “FTA의 핵심은 관세인하 협상이며 이 문제가 제외되면 협상은 무척 쉬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쌀 관세화와 이에 따른 관세 철폐 등을 요구하지 못하면 남는 카드는 자국의 쌀 수입쿼터 확대다. 하지만 미 측의 쌀 수입쿼터 요구도 국제통상협정인 GATT(가트) 규정을 이용하면 방어할 수단이 없지는 않아 큰 희생 없이 쌀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쌀과 함께 한미 FTA 마지노선에 들어가 있던 개성공단 문제는 협상에서 양국간 이견이 좁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가 정치적 채널을 통한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어 막판에 FTA 의제에서 빠질 수도 있다. 진동수 재경부 차관은 “구체적 방법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방법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품ㆍ금융 등 합의점 찾으며 협상 가속도=협상도 순항하고 있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던 상품 양허(개방) 단계를 정하는 문제가 미국이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이며 5단계로 결정됐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이번 2차협상의 목표라고 언급했던 ‘3차협상 전 상품 양허안 교환’도 합의됐다.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는 신금융서비스의 건별 허가에 양측이 합의, 사실상 도입이 결정됐으며 금융서비스의 국경간 거래 허용 문제 역시 세부내용만을 남긴 채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양국은 또 기업의 노동 또는 환경법규 이행을 정부가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시민단체나 국민이 정부를 상대로 법 집행을 엄격히 하도록 요구하는 ‘공적대화’(퍼블릭커뮤니케이션ㆍPC) 제도 도입에도 의견접근을 이뤘다. 이 문제는 미 의회가 중요시 여기는 사안이다.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의 양허안 협상도 양국 경제구조로 볼 때 기계ㆍ정밀화학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교육ㆍ의료 서비스 개방 등에 미 측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협상을 수월하게 하고 있다. 의약품ㆍ자동차 등 양국간 대립이 첨예한 부분도 있지만 김종훈 수석대표는 “협상 타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