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토종 외식업이 가야할 길


올 초 베트남으로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여행 기간 동안 때마침 아들 생일이 끼어 있어서 호찌민 관광을 돌아다니다 생일 케이크를 사기로 했다. 인민위원회 청사, 노트르담 성당 등 관광명소가 모여 있는 호찌민 도심 한복판에서 파리바게뜨를 발견했다. 베트남에 국내 여러 브랜드들이 진출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그토록 쉽게 파리바게뜨 케이크를 먹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최근 캄보디아에 출장을 다녀온 후배 기자는 캄보디아 공항에서 영업 중인 치킨 브랜드 BBQ를 봤다. BBQ는 프놈펜 공항에 버거킹 매장과 나란히 서 있었다고 한다.


해외 방방곡곡 어디서나 한국 외식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파리바게뜨나 BBQ는 물론이고 카페베네ㆍ미스터피자ㆍ롯데리아ㆍ뚜레쥬르 등 많은 한국 토종 외식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한국의 맛을 뽐내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듯 해외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으며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 기업은 이미 안방 시장에서 유수의 해외 경쟁업체들을 제친 지 오래다.


한국 외식브랜드 성공 비결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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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커피 브랜드 카페베네는 사업을 시작한지 3년도 채 안된 2010년 한국 시장에서 세계 커피전문점 1위 업체인 스타벅스를 제쳐버렸다. 1985년 한국 시장에 첫 진출하며 한국 청소년과 젊은 층의 입맛을 피자에 길들여놓은 피자헛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토종 미스터피자에 2008년 1위 자리를 내줬다. 햄버거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인 롯데리아의 매장수는 1,000개를 넘어서 글로벌 브랜드인 맥도날드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피자ㆍ햄버거ㆍ커피ㆍ빵 등 해외 먹거리를 취급하는 이들 외식 브랜드가 국내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게 된 것은 국내 소비자들 입맛에 맞게 현지화한 전략이 성공의 열쇠가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하게 된 보다 중요한 원동력은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경쟁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강력한 상대와 경쟁하면서 위생ㆍ재료ㆍ맛ㆍ브랜드이미지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들을 제치는 순간 저절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그 경쟁력이 해외 어느 시장에나 뛰어들 수 있는 자신감의 바탕이 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27일 동반성장위원회의 외식업 출점 규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 시장 상황이 보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이 무한 경쟁에 내몰린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칼로 무 자르듯 대기업ㆍ중소기업을 구분 짓고 출점을 규제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과연 외식 대기업이 신규 출점을 못하게 됐다고 해서 골목 상권의 식당으로 소비가 옮아갈지도 의문이다. 외식업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규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먹거리는 개개인의 건강ㆍ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대기업이나 전문업체가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무조건적인 보호는 해결책 안돼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때리고 남 탓을 하며 무조건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골목상권 상인들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 전문가는 외식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소상공인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일본의 60년 된 ‘라멘거리’처럼 전통 먹거리를 특화하는 지원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창업과 관련된 정보나 자금은 여기저기 흘러 다니지만 제2의 비비큐ㆍ미스터피자ㆍ카페베네 창업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지원하는 치밀한 정책도 중요하다. BBQ나 미스터피자 같은 브랜드도 처음에는 다 한 개짜리 점포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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