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4ㆍ4분기 실적시즌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주요기업들의 실적발표 때마다 증시가 크게 출렁거린다. 발표하는 기업마다 줄줄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고 2009년 목표를 내놓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전망이 어둡다”는 기업들의 고해성사에 애널리스트들 역시 추정치를 연일 하향 조정하는 모양새다. ◇발표하는 기업마다 ‘어닝 쇼크’=27일 서울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 23일까지 2008년 4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은 54개 기업 중 30개(55.5%)의 영업이익 발표치가 추정치보다 낮았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급격히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저 충족시키지 못한 기업들이 절반을 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제 실적이 추정치와 10% 이상 차이가 나는 ‘어닝 쇼크’ 기업도 25곳에 달했다. ‘어닝 쇼크’의 홍수라 할 만하다. 반면 추정치보다 10% 이상 높게 실적이 나온 기업은 14개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기업 54곳의 전체 영업이익 역시 추정치 합계 대비 52.70% 수준에 그쳤다. ◇기업들, 내년 목표조차 세우지 못해=보통 국내 기업들은 4ㆍ4분기 실적과 함께 다음해의 연간 가이던스(목표)를 내놓는다. 그러나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한해 목표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23일 4ㆍ4분기 실적발표를 한 삼성전자는 매년 연간계획을 발표하던 관례를 깨고 6개월짜리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SK텔레콤도 “안팎으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 올해 가이던스에 대한 구체적 제안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모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실적 시즌 들어 유독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는 기업이 많은데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스스로 목표 달성을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섹터 애널리스트는 “현재 기업들이 가이던스를 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무리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며 “실제 담당자와 통화해보면 자신 있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9년 실적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 추세=암울한 실적발표 속에 국내 증권사들 역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더욱 더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4ㆍ4분기 실적발표 이후 올해 실적 전망치가 대폭 조정되고 있다. 대한제강(-21.54%), 환인제약(-13.09%) 등은 두자릿수나 급감했다. 반면 전망치가 올라간 기업은 KCC(5.53%), 전북은행(4.87%), CJ제일제당(3.61%) 등 소수에 그쳤다. 김도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기업들의 실적 역시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기업 이익 하향 조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