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진·판화 등 에디션 작품 인기 높아진다

동일한 이미지 한정된 숫자 만큼만 제작<br>작품마다 번호 매겨 수량 제한… 원판은 나중에 폐기<br>"불황때 가격변동 적어"… 에디션展 유명작품 조기 매진

탐 웨슬만 '앉아있는 모니카'

서울 삼성동 소재 아트컴퍼니 인터알리아가 올해로 3회째 마련한 연례 기획전 '에디션(Edition)'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에디션, 확장된 장르'라는 제목으로 판화, 사진, 조각, 가구까지 선보인 이번 기획전은 줄리언 오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게리 흄 등 국제적인 인기작가의 출품작들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미술작품은 유일성이 숭고한 가치라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인지 국내 애호가들은 유독 오리지널 회화(유화ㆍ아크릴화 등)를 선호한다. 이로 인해 동일한 이미지를 여러 점 생산하는 사진이나 판화가 평가절하되는 경향도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판화 경매를 별도로 진행할 만큼 시장성이 커지고 있다. ◇에디션의 존재 이유=원판이 있는 판화와 사진, 제작틀이 있는 조각 등은 마음만 먹으면 제한 없이 계속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작품 수에 제한을 두기 위해 에디션(edition)을 붙인다. 에디션은 작품 하단 혹은 뒷면에 번호가 매겨지는데 '3/100'은 제작된 총 100개 작품 중 3번째라는 뜻이다. 'AP'라는 서명도 볼 수 있는데 이는 Artist Proof라는 뜻으로 작가보관용을 의미한다. 작가가 판매와 별도의 개인 용도로 찍어내지만 너무 많이 유통될 경우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식 에디션 수의 10% 내외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제작 전에 시험용으로 찍은 TP(Trial Proof)와 선물용(Presentation Proof) 에디션도 있다. 판화의 원판은 에디션을 모두 찍었을 경우 폐기하는 게 원칙이다. 추가생산으로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교란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작가 사후에 제작된 '사후판화'도 존재하는 데 구입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박수근 판화의 경우 작가 작고 후 사후판화가 제작됐는데 유족재단의 도장과 공방, 발행처까지 3군데 공인이 모두 있어야만 한다"며 "지명도 있는 작가일수록, 작가의 대표작일수록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디션의 가격과 진화= 에디션 작품의 가격은 '원화가격≒에디션 수'라는 통설도 있었다. 즉 1억원짜리 원화를 에디션 100개의 판화로 제작하면 가격이 100만원이라는 식이었는데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판화는 에디션 번호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가격이 동일하지만 사진은 뒷번호로 갈수록 비싸지기도 한다. '소나무'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의 경우 정식 에디션이 총 5개인데 3,000만원대의 1, 2번은 보통 미술관ㆍ재단 등에 판매되고 3번은 3,500만원, 4번은 4,500만원 식으로 뒤로 갈수록 가격이 상승해 마지막 5번 에디션은 6,500만원 이상 거래되기도 한다.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도 뒷번호로 갈수록 1,000만원씩 비싸진다. 뒤로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지는 희귀성 덕분이다. 에디션 작품들은 기법 면에서도 진화하고 있다. 원로화가 박서보 화백은 물감을 켜켜이 쌓은 특유의 요철감이 작품에서 중요함을 강조해 판화임에도 원화 같은 볼록함이 살아있는 판화기술을 프랑스에서 개발 특허까지 냈다. 탐 웨슬만의 경우 철판을 잘라 선묘(線描)형태로 그림을 그린 '스틸컷'을 고안해 25개 에디션으로 제작했는데 4,0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나무나 철판에 그림을 그리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들도 장식성과 회화성 모두를 만족시켜 인기가 높다. 유재현 인터알리아 컨설턴트는 "옥션 거래량에서 판화ㆍ사진 등 에디션 작품의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경기 불황에 따른 가격 하락 시에도 변동폭이 크지 않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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