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요문화산책] 함께 하는 오월의 빈틈

괴테는 로마를 여행하면서 그의 문학과 철학을 정리했다. 그것이 바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역사 속에서의 상상, 그리고 현실로의 회귀 등 그의 기행은 여행의 일정과 생각의 자유가 동시에 만나고 있다. 오월은 계절만큼이나 우리에게 삶의 여유를 준다. 특히 휴일을 이용한 가족여행은 가족을 하나의 동아리로 만들어주고 가족의 사랑을 새롭게 확인해보는 기회도 갖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여유를 갖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일상을 뚝 잘라내기에도 어려운 점이 많다. 일상이 비일상을 완전히 정복해버린 형국이다. 그래서 생각해내는 것이 짧은 나들이다. 하지만 사정이 다 비슷해서인지 가는 곳마다 만원이고 음식 먹고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은 다 끝나고 만다. 생각의 자유는 이미 실종돼버린 지 오래다. 생각해낸 몇 가지 요령은 있다. 새벽 일찍 출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서 돌아오는 거다. 하지만 이 또한 여유보다는 쫓김의 일정임을 피할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인기 없는 지역을 찾아가는 거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선정에서 가족 모두의 의견을 모으는 데는 좀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독선이 작용하면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 성공하는 방법 한 가지는 여행일정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여행정보를 보고 많은 것을 보기보다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한두 가지로 압축, 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덕분에 여행일정에서 호젓한 여유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모처럼의 가족여행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는 무엇보다도 서로가 경험을 함께할 때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는 우동 한 그릇도 함께 먹어서 좋다. 길가의 꽃 한 송이가 더욱 아름다운 것은 함께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괴테의 기행에서 여행은 곧 상상으로 구현되듯이 오월의 여행은 사랑의 상상이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와 사랑이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 오월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빈틈이기도 하다. <이연택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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