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에 있어서 종교개혁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었다.
황제와 교황이 긴밀히 연결돼 있던 당시 유럽의 상황에서 종교야말로 정치의 판도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부패와 타락은 자연스레 한 나라의 정치 타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종교의 부패는 가문간의 결혼을 통해 결속력을 다져온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종교의 개혁은 동시에 유럽의 개혁이기도 했다. 책은 "부패할 대로 부패한 종교를 향한 개혁의 외침은 유럽의 역사를 뒤흔들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며"때문에 용기와 결단, 투쟁과 죽음으로 이뤄낸 종교개혁은 유럽의 역사를 바꾼 대사건으로 평가 받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종교개혁이 시작돼 절정에 이르고 또 막바지에 치달을 때까지 수많은 종교개혁가가 죽음의 고비를 넘기거나 화형을 당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죽은 뒤 화형을 당하는 순간에도 개혁의 횃불을 치켜들 인물의 등장을 예언한 존 위클리프, 루터에게 가려졌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루터의 개혁을 도운 필립 멜랑히톤, 냉혹한 열정으로 제네바의 종교개혁을 견지한 요한 칼빈. 그리고 갤리선의 노예에서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주역이 된 존 녹스, 메이플라워호를 통해 미국의 역사를 시작한 윌리엄 브래드포드, 냄비 땜장이에서 영국 최고의 작가가 된 존 버니언, 종교의 자유와 관용을 설파한 존 로크까지. 종교개혁가 20인의 투쟁사로 이루어진 유럽의 종교개혁 역사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처럼 파란만장하다.
저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유럽의 종교와 정치가 새롭게 변화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한다.
역사를 거슬러 살펴 보면 교회의 부패와 타락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톨스토이가 살던 시대에도 있었고, 예수 그리스도가 살던 시대에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떨까? 종교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 이들이 권력을 가지고 타락과 부패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물론 끊임없이 자기 개혁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개혁의 정신을 망각한지 오래인 작금의 종교는 끊임없이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이 책은 다가오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유럽 역사 속 종교개혁의 정신이 어떤 것인지를 일별했다. 종교개혁이 세계의 역사를 바꾼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가 마주하는 종교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집필한 책이다.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