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머리를 쥐어뜯다

제12보(181~200)



이세돌이 백90으로 꽉 잇자 검토실의 김승준9단이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뭐가 있었군요. 저는 백이 그냥 한번 떼를 쓰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요.”(김승준) 실제로 이세돌이 그냥 떼를 써본 수에 얼마 전에 박정상9단이 당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번은 그냥 써본 떼가 아니었다. 이세돌은 수를 정확히 읽고 있었던 것이다. 편의상 흑81부터 새로 본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흑81로는 82의 자리에 가만히 꼬부리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그 코스였으면 윤준상의 압승이었다. 흑81 이하 87은 윤준상이 가장 확실하다고 믿고 결행한 수순이었다. 윤준상의 그러한 마음 속에는 얼른 상황을 종료시켜야 하겠다는 졸속과 다소의 안일이 숨어 있었다. 그 허점을 마왕 이세돌이 정통으로 찔러버린 것이다. 백94가 놓이자 윤준상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잡은 줄만 알았던 백대마가 살아버린 것이었다. 흑93으로 참고도1의 흑1에 이으면 어떻게 되는가. 백2 이하 16(15는 7의 위 이음)으로 백대마가 넘어간다는 점이 포인트. 이런 멋진 수단이 생긴 원인은 흑81, 83이 기묘하게도 자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젠 흑이 돌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윤준상은 한참을 더 두어나갔다. 사실은 우변 백대마에 약간의 수단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3으로 두는 수단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흑이 3의 자리에 두면 백은 2의 자리에 두어 흑 5점을 따내야 하는데 그때 3의 자리에 단수치면 일단 패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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