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송주희 기자의 About Stage] 속아도 즐거운 ‘화장발’

ⓛ뮤지컬 ‘위키드’ ② 위키드 분장 전용 화장품 ③ 뮤지컬 ‘데스노트’ ④ 뮤지컬 ‘캣츠’/사진=설앤컴퍼니, 씨제스컬처

'성형 메이크업'이란 말이 있다. 오로지 화장으로 쌍꺼풀이 생기고, 둥근 턱은 갸름해진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신기한 메이크업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화장 아닌 변장'이란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마법 같은 화장은 뮤지컬에서도 빠질 수 없다. 배우는 캐릭터를 완성하고 조명 아래 더욱 뚜렷한 이목구비를 드러내기 위해 '분장'이라 불리는, 현란한 분칠과 색칠을 거쳐야 한다.

인간이 아닌 마녀, 귀신, 동물 등 다양한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 독특한 주인공을 표현하는 메이크업도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위키드'는 이 공연만을 위해 만든 전용 파운데이션을 사용한다. 위키드의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지닌 마녀. 이 역을 맡은 배우는 얼굴과 목, 손 등 옷 밖으로 드러나는 모든 신체를 초록색으로 칠해야 한다.

관련기사



위키드의 총괄 분장 디자이너인 조 덜루드 2세는 위키드 제작 당시 '매혹적인 그린 메이크업'을 연출하기 위해 유명 화장품 브랜드 맥(MAC)과 위키드 전용 파운데이션을 개발했다. 배우의 소중한 피부를 지키기 위한 무자극·무착색 제품으로, 현재 위키드가 공연 중인 모든 나라에선 이 전용 화장품을 써야 한다.

뮤지컬 '데스노트'에도 독특한 분장을 자랑하는 사신(死神) '류크'가 등장한다. 하얀 얼굴에 피를 머금은 듯한 빨간 혀. 기괴한 외모를 표현하는 데는 특수 물감이 사용된다. 흰 얼굴은 물에 지워지지 않는 물감으로 완성하고, 빨간 혀는 분장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식용 색소로 물들인다. 입 주변을 검붉은 색으로 만들기 위해 배우는 매일 치아를 까맣게 칠한다.

뮤지컬 '캣츠'는 배우가 직접 분장을 한다. 자기 얼굴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면서 배우들은 말을 줄이고, 행동도 점점 동물의 그것으로 바꿔간다. 처음 캣츠에 참여하는 배우는 얼굴 반쪽만 메이크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나머지 반쪽은 스스로 완성해야 한다.

화장은 많은 뮤지컬에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고, 관객을 더욱 실감 나는 이야기로 안내한다. '사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과는 달리 무대 위에서의 화장발은 속아도 즐거운 미덕인듯하다.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