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 폭발할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백두산 화산폭발이 임박했다는 가설부터 아예 몇 년 후에 터질 거라는 예측, 그리고 그 피해가 수조원을 넘으리라는 섣부른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북한 핵실험과 맞물려 화산폭발은 마치 핵폭발처럼 위험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에는 일본처럼 화산가스가 방출되고 시뻘건 마그마가 끓고 있는 활화산이 없기 때문이다. 지질학의 근간을 이루는 판구조론에 따르면 딱딱한 지각 판 내부로 마그마가 유입되기 어려운 탓에 화산활동이 드물다고 설명한다. 백두산을 포함한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판 내부에 있기 때문에 화산과 지진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가능성 희박에도 무지가 논란 키워
백두산은 수백만년 이상 계속된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복합화산이다. 이 긴 시간 동안 화산재와 용암류가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화산체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백두산이 문제됐을까. 그 배경에는 백두산의 화산분화에 대한 무지가 자리 잡고 있다. 950년께 일어난 백두산 분화가 역사시대를 통해 가장 컸던 폭발 중 하나라는 사실은 1980년대 초 일본 학자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이후 백두산에 화산성 지진이 빈발했던 십년 전쯤에야 국제학계의 관심을 끌었으니 그만큼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은 최근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백두산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해소되고 있다.
중국의 관측 자료에 의하면 지난 7년간 백두산에서 화산성 지진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폭발할 확률은 작다. 날씨예보로 치면 맑음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장기 예보에는 흐린 날도 끼어 있다. 십년 전 관찰된 백두산 화산분화의 징후가 저절로 사라질 리 없고 다시 발견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분명하고도 불편한 진실이다.
화산은 종합병원과 비슷해 화산활동을 이해하려면 온갖 지질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백두산 화산의 뿌리인 마그마와 화산가스가 땅속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과거 화산폭발 기록인 화산재와 용암의 특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화산폭발과 같은 복합적인 자연현상을 과학적 자료 없이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유감스럽게도 백두산은 물론이고 울릉도에 관한 화산연구도 이제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울릉도는 수백만년 전에 태어났으며 수천년 전까지 화산폭발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 화산섬이 만들어진 과정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각종 화산암들의 생성연대 자료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화산활동 역사를 모르는데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다행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올해 처음으로 울릉도 지질도를 발간했기에 일단 터는 닦인 셈이다. 울릉도의 뱃길이 편해진 만큼 울릉도의 기암절벽과 화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곧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투자확대로 연구 주도권 되찾아야
화산은 가스 방출, 지진 발생 등 전조현상이 뚜렷해 단기 예보는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수년 내지 수십년 후를 내다보는 중장기 예보는 상세한 지질학적 연구 없이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재해방지나 단기예보를 위한 연구지원에 그치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연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향후 20년 내 백두산 분화 가능성이 99%라는 일본 지질학자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화산을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 국내학자가 백두산 연구를 주도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