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겉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듯한 이 발언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합참의장에게 전쟁을 감수할 권한이 없다. 적의 기습이라면 일선의 병사도 즉응할 수 있으나 예측 가능한 경우의 전쟁개시 판단은 대통령의 권한에 속한다. 헌법에는 선전포고일 경우 국회 동의를 얻고 급박할 때는 긴급명령권을 발동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에게 건의만 할 수 있는 합참의장이 '전쟁불사' 의지를 자신의 권한처럼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 마치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행사하려는 꼴이다.
새로 출범할 정권에도 이 발언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가 북한 핵무기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뒤 북한의 태도가 급변해 긴장고조와 도발로 이어졌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가 시도되기도 전에 나온 직분을 넘어선 돌출발언은 새 정권의 순조로운 출범은 물론 경제안정과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북의 연평도 도발 당시 '공군은 뒀나 뭐하냐'고 했더니 군 고위관계자들이 '확전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이라면 진짜 필요한 순간에는 발을 뺀 셈이다. 군은 말보다 억제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상명하복과 명령계통의 유지 역시 중요하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군사적 판단이나 명령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말의 증폭으로 안보 딜레마가 깊어져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