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제일은행-ING그룹 제휴] 금융산업 다국적 짝짓기 본격화

국내 은행권에 세계적인 다국적 금융기관들의 쟁탈전이 시작됐다. 주택은행과 ING그룹과의 합작은 국내 금융산업에 메머드 금융기관과의 다국적 짝짓기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양측은 특히 이번 제휴를 통해 보험과 투자신탁, 증권 등 이른바 2금융권 자회사들에 대한 공동경영도 규정하고 있어, 국내 금융산업에 선진금융기법이 도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뉴브리지에 매각되는 제일은행을 비롯,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상륙하는 전환점이 돼, 금융권에 한차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합작이 아니라 공동경영= 주택은행의 이번 합작은 국민 등 올들어 국내 은행들이 진행해온 외자유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 외자유치가 아닌, 「전략적 합작」또는 「공동경영」이라는 표현을 말을 쓰는 것도 이때문이다. 양측의 조건으로만 따지만 주택은행으로선 대단한 성공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주택은행은 우선 정부를 최대주주로 인정하는 조항을 이번 계약서에 삽입했다. 은행 관계자는 ING그룹이 은행과 합작하는 동안 10%의 지분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합작으로 정부 지분이 14%대로 줄어들지만, 최대주주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지분보유조건에서도 상당히 이로운 조건을 달고 있다. 주택은행은 우선 은행 이사회의 동의 없이는 현재 주식의 한주도 더 갖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앞으로 5년동안 ING측이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규정했으며, 팔때는 곧바로 계약이 깨지도록 했다. 신주인수방식에다 주식가치도 주당 3만3,500원(15일 현재 주가 3만5,000원)에 넘기기로 했기 때문에 국민은행과 같은 헐값 논란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조건만 보아서는 외환은행보다 오히려 더욱 유리하다. ING측은 주택은행에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를 각각 한명씩 파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은행 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갖지 못한다. 들어오는 돈도 원화로 돼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전혀 떠안지 않아도 된다. ◇「주택백화점」에서 「메머드 금융기관」으로 탈바꿈=주택은행이 이번에 ING와 체결한 조건을 보면 앞으로 주택은행의 모습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양측은 이번 합작조건에서 자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한다는 조항을 달고 있다. 그 첫번째 작업으로 ING의 자회사인 ING생명보험과 주택은행의 자회사인 주은투자신탁에 바터로 20%씩 지분을 갖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양측이 투신과 보험업을 영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뿐 아니다. 은행 관계자는 증권 등 모든 소비자금융을 총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유니버설 뱅킹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ING측은 또 주택은행에 부장급 3~4명도 파견키로 했다. 여기에 전산팀도 은행으로 들어온다. 주택은행이 그동안 강조했던 리스크매니지먼트(위험관리)와 전산부분의 전력보강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와함께 은행원들의 선진화도 이루어진다. 은행측은 앞으로 1년에 300일을 무상으로 ING에서 교육시킨다는데 합의했다. 1년에 100명에서 150명이 그 대상이다. ◇국내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이 시작된다= 주택은행의 합작은 국내 은행으로서는 한미와 외환은행에 이어 세번째다. 한마디로 국내 은행과 세계적 금융기관과의 다국적 합작붐이 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금융산업이 외국계 금융기관간 각축장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주택은행에 이어 당장 하나은행도 다국적 금융기관과의 합작을 준비중이다. 씨티와의 제휴를 추진했지만, 무시됐다. 그러나 하반기께는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주택은행과의 한판대결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주택은행의 이번 합작은 결국 퇴출 및 합병 등을 통해 1단계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은 국내 금융산업에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인 시장쟁탈전에 참여, 2차 구조조정 작업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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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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