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씨티은행 출범 6개월…국내금융시장 성공적 진입

특판 예금·파생상품 경쟁등 '은행전쟁' 촉발<BR>"소비자혜택 늘고 국내銀 대응력 키웠다" 평가 <BR>예대마진 축소로 은행권 수익구조 악화 우려도



1일로 출범 6개월을 맞은 한국씨티은행이 짧은 기간에 국내 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씨티의 출범으로 국내 은행권은 세계 최대은행의 진출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른바 ‘은행 전쟁(bank war)’을 선언,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가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씨티은행이 변화를 주도한 전략에 맞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즉각적으로 대응하면서 소비자 혜택이 실질적으로 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이와 함께 씨티은행에 맞서 시중은행들이 상품개발능력과 마케팅 전략을 강화함으로써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은행간의 경쟁을 격화시켜 경영여건이 악화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씨티은행이 통합과 함께 첫 전략은 특판전쟁이었다. 씨티는 지난해 11월8일 3%대에 머물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4.4%의 파격적인 수준으로 제공해 1주일 만에 1조원을 끌어모았다. 이에 맞서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ㆍ기업은행ㆍ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도 특판예금을 잇따라 판매함으로써 저금리로 은행권을 빠져나갔던 자금을 다시 은행권으로 끌어들이는 부수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특판경쟁으로 인해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줄어듦으로써 은행권의 수익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기도 했다. ‘딜링룸’ 경쟁을 이끌어낸 것도 씨티은행이었다. 씨티는 지난 3월 중구 다동 본점 13층에 ‘자금운용실’을 만들어 외환ㆍ원화ㆍ유가증권ㆍ파생상품ㆍ채권 등을 종합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씨티는 외환과 파생상품 분야에서 업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4월 초 국민은행은 파생상품사업단을 외환딜링룸에 통합해 씨티은행보다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대응에 나섰고 외환은행도 딜링룸에 대한 확대개편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파생상품 등 신수익 분야에서도 무한경쟁을 촉발한 셈이다. 해외투자형 상품도 다양화됐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쟁 금융기관들이 국내 배당형펀드 판매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해외 우량주에 투자하는 ‘인컴 플러스 분기배당펀드’를 출시해 2개월 동안 7,000억원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밖에 전세계 100여개국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미카드 고객에게 해외 ATM기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1월에는 적립식펀드 열풍을 등에 업고 슈로더투신이 운용하는 해외투자를 주로 하는 적립식펀드를 판매해 ‘해외상품’에 특화하는 전략을 지속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씨티은행의 선진금융기법과 한미은행의 지점망을 활용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꾸준히 제공할 계획”이라며 “올해 지점을 5~6개 정도만 늘리는 등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씨티은행으로 촉발된 은행권 무한경쟁은 수익구조 악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의 1ㆍ4분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예대마진은 줄어들어 이자수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자수익 감소를 대체한 부분은 투신상품과 방카슈랑스ㆍ신탁 등의 상품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증시여건이 악화되면서 투신상품 신규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최근 6개월간 집중적으로 판매한 각종 주식형펀드와 지수연계상품의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무한경쟁이 시중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씨티은행 내부적으로도 한미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조직문화와 업무프로세스 통일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씨티는 최근 양 채널 출신의 직급조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통합에 따른 업무절차 통일이 지연됨으로써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 등은 여전히 해결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동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씨티은행이 고금리 상품으로 은행간 금리전쟁에 불을 붙이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영업은 후발주자로서 당연한 것일 뿐 아직 조직간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상만큼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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