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채권시장 구원투수 한은 다시 등판하나

건설·조선 회사채 인수제 검토 따라<br>정부, 한은에 재원조달 요청 가능성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의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할까.

정부가 이번주 중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은의 역할이 재조명 받고 있다. 회사채를 사들일 돈이 없어 한은에 또다시 손을 벌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무시할 수도 없어 난처한 표정이다.

한은이 채권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채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그해 11월 정부는 황급히 1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만들었다. 한은은 채안펀드 출자 금융회사에 대해 국고채 단순매입과 통화안정증권 중도환매 등을 통해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직접 회사채를 사들이지는 않더라도 회사채를 산 금융회사에 대해 간접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한은은 5조원을 써놓고도 시장에서 별로 호평을 받지 못했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한은과 협의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채안펀드 조성계획을 언론에 전격 발표하면서 등 떠밀려 '마지 못해' 나섰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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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은 이런 오해(?)에 대해 심기가 불편해진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에게 사과의 뜻까지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채권시장 상황은 2008년과 많이 다르지만 대책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는 비슷한 모습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2008년은 그야말로 외부 쇼크에 의해 시장 전체가 요동친 것이지만 지금은 일부 문제업종을 중심으로 부분적 경색이 나타나는 것이라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건설ㆍ조선ㆍ해운 등 3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회사채인수제를 검토하고 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이 만기가 된 회사채를 갚기 위해 회사채를 다시 발행했을 때 이를 산업은행이나 채권은행이 인수해주는 방식이다. 7월부터 연말까지 세 업종에서 자금난이 심한 기업의 회사채 4조2,000억원이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1년 회사채 신속인수제 규모였던 2조9,000억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정부는 7월2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한다.

다만 이번에도 재원을 조달하는 데는 한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한은은 한 발 뒤로 빠져 있고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앞으로 뛰어나가는 것은 5년 전과 비슷하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은행은 항상 앞으로 나서는 것을 최대한 피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시장안정에 대한 중책을 맡고 있고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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