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집값과 왜란의 상관관계

안선웅 <피앤디코리아 마케팅팀 팀장>

명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게 세상이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에는 무능력한 임금과 당리당략에 눈먼 조정, 그리고 고독한 영웅 ‘이순신’만 있었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역사와 현실 두 가지 해석에서 모두 다 실패한 사람이라 단정하고 싶다. 최근 이순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임진란 당시 ‘이순신 홀로 영웅이었다’는 어설픈 단정보다 훨씬 더 사실에 가깝고 그럴듯한 해석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유성룡(물론 드라마 속의 유성룡)’을 주목하게 된다. 우리는 역사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점에서 유성룡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승부가 끝난 바둑을 복기하듯이 그 당시 이랬으면, 저랬으면 안타깝고도 치욕적인 역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따져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가서 역사책을 보여주면서 코치를 하다 보면 유성룡의 정세판단과 현실적 대안 그 이상을 제시하지 못해 밤새 한숨짓다 돌아오지 않을까. 오히려 어설픈 명분론자는 ‘원균’과 그 배후들이었다. 대마도를 정벌해버리자, 먼저 왜국을 정벌하자. 좋은 얘기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조총은 별거 아니라면서 천자총통 자랑하던 신립은 또 어떻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보다 더욱 필요했던 것은 이기고 막아내는 것이었다. 드라마상 인물 해석을 근거로 한 얘기이니 양해 바라며. 이처럼 명분론과 현실론의 대립은 역사 속에서 항상 존재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본인도 ‘집값을 잡자’는 정책이 반가웠고 이뤄질 일이라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부동산의 무분별한 투기를 억제해 서민들의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굳은 의지,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하지만 명분이 옳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명분만 믿고 무리하게 행동에 옮겨 결국 왜란의 침입을 막지 못한 역사가 있지 않는가. 또한 전쟁까지 선포하면서 기필코 이뤄낸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역효과가 크다면 재고해봐야 한다. 올바른 목적뿐만 아니라 시기와 방법의 선택, 목적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투기억제ㆍ세금강화정책밖에 없는지, 이 정책이 가져올 효과와 그 파장은 충분히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답답해 보이더라도 치밀하게, 그리고 어떤 정책에 대해 벌어질 효과와 피해를 충분히 살펴본 후에 나아가는 ‘유성룡’이 지금 있는지 생각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