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적 보증은 눈먼 돈인가
참여정부 들어 4년반 동안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산하 4대 신용보증기관이 보증을 섰다가 떼여 대신 물어준 돈이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 기금이 같은 기간 동안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받은 보증료 수입은 2조7,000억원에 그쳤다. 또한 같은 기간 채무자에게 받아야 할 구상채권의 회수금액도 5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매년 적자를 기록한 신용보증기금ㆍ기술신용보증기금ㆍ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ㆍ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 4대 신용보증기금은 누적적자 규모가 지난 2002년 말 13조3,297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24조9,718억원으로 87.3%나 급증했다. 정부 예산을 출연 받아 운용되는 기금의 성격상 국민의 혈세로 부실기업들의 뒤치다꺼리를 한 셈이다.
물론 창업과 성장과정에서 위험도가 높은 벤처나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득불 정부 산하의 신용보증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대위변제 규모가 늘어난 데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부실을 자초한 기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처럼 경영혁신을 통해 흑자를 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4대 공적 보증은 엉터리 신용보증에다 사후관리마저 미진했을 뿐더러 관계당국의 관리ㆍ감독 소홀 역시 부실경영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공적 보증기금 돈은 눈먼 돈이라는 비아냥이 나돈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용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고 신용보증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며 보증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용보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위변제액과 보증사고율이 급증하는 것은 결국 생존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들에 대한 신용보증 남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의 신용보증으로 겨우 연명하는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또 다른 부실 보증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정부 출연금에 의존하는 현재의 신용보증 시스템으로 보증사고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보증기관 민영화를 통해 신용보증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신용보증기금들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입력시간 : 2007/10/08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