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주목 받는 전자단기사채


지방소재 A기업 자금부서의 김모 부장은 얼마 전 자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장 자재대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매출대금은 며칠 뒤 입금될 예정이어서 일시적으로 자금의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다. 은행대출을 이용하고 싶지만 높은 비용 때문에 망설여지고 기업어음(CP)을 발행하려고 해도 이를 소화할 금융시장이 수도권에 형성돼 있어 쉽지 않았다. 이때 김 부장은 얼마 전부터 시행된 전자단기사채제도가 생각났다. 서둘러 증권사를 통해 자금공급자를 찾으니 1시간도 되지 않아 자금공급자가 나타났고 곧바로 A기업 은행계좌로 필요한 자금이 입금됐다. 모든 과정은 인터넷을 통한 전자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기존의 자금조달 방법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앞의 사례는 한국예탁결제원이 2013년부터 국내 최초의 전자증권등록시스템인 '전자단기사채인프라'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우리나라 단기금융시장에서 벌어질 상황을 예상해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방법은 주로 기업어음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기업어음은 실물어음 발행에 따른 비효율성과 발행ㆍ유통정보의 불투명성, 금융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기업어음의 모럴해저드와 투자자 피해 양산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기업과 금융기관투자가 간에는 112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기업어음이 높은 비용과 위험 속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적절한 규제와 감독도 효과를 미치지 않고 있어 늘 화약고 같은 위험에 둘러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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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단기금융시장을 선진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로 전자 방식의 발행ㆍ유통ㆍ권리행사가 이뤄지는 인프라가 형성될 예정이다. 70여개 금융회사의 전산 시스템과 연계되고 280여개 금융사가 웹방식으로 참여하는 중앙등록기관(예탁결제원) 인프라에 발행회사도 참가하게 된다. 발행회사와 금융기관은 중앙등록기관의 금융디지털 네트워크를 이용해 상호 간 정보교류를 할 수 있게 된다. 시장참가자는 발행사무의 효율화, 유통시장 활성화, 자금조달 비용 감소, 시장의 투명성 확보 등 선진화된 금융상품의 가치를 부여 받게 될 것이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유비쿼터스 디지털환경을 잘 이용해 음악소비자와 개방적인 소통을 이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금융시장도 시대적 조류를 적절히 수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극명한 차이가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전자단기사채인프라시스템이 기업ㆍ금융기관ㆍ투자자 등에게 새로운 스마트 금융스타일로 자리 잡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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