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 및 로이터 등은 인도 중앙은행(RBI)이 이날 주요 국영은행들이 달러를 팔도록 하는 우회적 방법으로 개입했다고 시장 거래인들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인도 재무부의 라구람 라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오전 뉴델리 회견에서 루피화 가치 하락이 “경제 펀더멘털을 넘어선 과다한 것”이라면서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국이 환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뭄바이 시중은행 딜러는 AFP에 루피ㆍ달러 환율이 58.97 수준까지 치솟았을 시점에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루피ㆍ달러 환율은 11일 58.98까지 치솟아 이틀 연속 기록을 갈아 치웠다. 시장에서는 환율 59를 현 단계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파악해왔다. 저널은 이런 개입 덕택에 루피ㆍ달러 환율이 11일 오후 58.40으로 소폭 하락하는 효과가 났다고 지적했다.
이 딜러는 “시장 개입 효과가 어느 정도 먹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며칠 안에 58.0 수준으로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러나 RBI의 실탄이 부족해 통화 가치 방어가 충분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AFP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RBI 보유 외환이 7개월치 수입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CLSA의 싱가포르 소재 라지브 말리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당국이 자금 복귀에 애쓰고 있으나 그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어둡게 내다봤다.
그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루피ㆍ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더 빨리 60을 돌파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실제 인도 루피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은 1년 안에 루피ㆍ달러 환율이 61.89까지 치솟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쪽으로 11일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재무부의 라잔은 뉴델리 회견에서 환율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가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국직접투자(FDI) 한도가 곧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분야가 대상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