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대담: 신정섭 건설부동산부장 shjs@sed.co.kr “대우건설이 워크아웃의 굴레를 벗고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욱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지난 1일 창립 30돌을 맞은 대우건설의 남상국(58) 사장은 자신의 `건설인생`만큼 장년(壯年)이 된 대우건설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남 사장은 “3년 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한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경영정상화의 토대를 닦은 만큼 앞으로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건설시장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사업확대 등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사업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계획을 탄력적으로 세울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주택시장에는 지난 10ㆍ29주택안정종합대책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임을 감안, 내년에는 보다 유연하게 사업비중을 조정하고 시장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내실경영에 중점을 둘 것임을 강조했다. -연내 워크아웃 졸업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에 대해 평가해주시지요. ▲지난 2000년 대우건설이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후 사업 및 조직ㆍ인력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여왔습니다. 경영측면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공공공사에 주력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3년간의 노력이 이제 경영정상화를 통한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결실로 곧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애사심을 갖고 회사살리기에 적극 동참한 것이 주요인이었습니다. 직원들의 동참을 이끌기 위해 매월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항상 직원들과의 대화를 갖는 열린경영을 강조해왔습니다. -워크아웃 졸업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9월 초 워크아웃 졸업을 신청한 후 10월6일부터 6주 동안 회계법인이 경영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입니다. 11월 중순께 실사결과가 나오고 채권금융회사 협의회 등을 거쳐 연말까지 워크아웃 졸업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경영실적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만큼 무난히 워크아웃을 졸업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경우 부실채권을 인수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채권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금융권협의체도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등 내년부터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해 투자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대우건설의 공사수주 규모가 업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경영실적은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자평하십니까. ▲2000년 워크아웃 협약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경영이 완전히 정상화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500%의 부채비율이 현재 180%까지 줄었습니다. 당시 당기순이익이 1,200억원 적자였지만 올해는 2,500억원 흑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주규모도 2000년 3조4,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200% 이상, 매출은 2조8,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150% 이상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상반기 수주규모만도 4조2,883억원이며 영업이익도 1,908억원을 기록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개선됐습니다. -이번 10ㆍ29대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동산투기현상이 국민경제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집값거품이 붕괴될 경우 경제ㆍ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이는 건설업계에도 타격입니다. 정부가 투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주택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해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묘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대책이 단기간에 효과를 보일 경우 건설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건설업계에 내년 경영전략을 수정해야 할 상황도 올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현재 시장상황에 변수가 많아 내년 사업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입니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많은 만큼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보수적인 경영에 치중할 계획입니다. 기업은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주택 등 특정사업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외 부문과 공공 부문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현재 절반에 달하는 주택비중을 40% 정도까지 줄이고 공공 부문과 해외 및 플랜트 부문에 골고루 비중을 둘 방침입니다. 무엇보다 IMF 이후 그래왔던 것처럼 내실과 실수요자 중심의 사업을 지속할 것입니다. 무리한 사업확장은 생각하지 않으며 그동안의 호황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듭니다. -소비자들은 건설업계가 지나치게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고 인식하는데 이에 대한 업계의 개선방안은 무엇입니까 ▲사실 모든 건설업체가 과다하게 분양가를 책정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상장건설업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상장건설사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평균 6.6%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개발사와 주택업체들이 주택시장 과열에 편승해 물을 흐려놓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지난달 주택협회는 업계 스스로 적정분양가를 책정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물론 업계의 자율적 노력만으로는 안됩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이 사업부담금을 일반분양가에 떠넘기는 관행을 없애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주택 값 인상요인인 택지난도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분양가 상승은 주택시장의 환경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자율적인 분양가 조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국내 건설업체가 중동특수의 옛 영광을 되찾아야 할 것으로 보는데요.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그동안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공사는 단순 도급공사에 치중해왔습니다. 낙후된 수주행태로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시공에서 벗어나 일괄수주 형태인 엔지니어링ㆍ구매ㆍ건설(EPC) 같은 고부가 수주에 주력해야 합니다. 대우건설도 석유화학ㆍ가스ㆍ발전 등 플랜트 위주의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주성과가 쌓이면 중동시장의 국내업체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이라크 전후복구시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이라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시장참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향후 국내 건설산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국내 인프라가 상당 부분 갖춰짐에 따라 건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산업이 국가경제 발전의 근간이 되고 주택 및 기반시설 건설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만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됩니다. 물론 지속발전을 위해 건설업계가 부단히 기술을 축적해야 하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제살깎기 수주관행도 사라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엔지니어링ㆍ구매ㆍ건설ㆍ파이낸싱 등 종합적인 건설사업 능력을 갖춰 고수익 영업구조로 전환돼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영철학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기업이 신뢰를 얻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지요. 부단한 자기혁신을 통해 내실을 갖추면 소비자가 인정하게 됩니다. 더 이상 규모의 경쟁은 의미가 없으며 고객만족을 이루는 기업이 진정한 1등 기업이라고 확신합니다. ■ 대우건설 `산증인` 南사장 남상국 사장은 대우건설 30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대우그룹이 건설회사를 설립한 이듬해인 지난 74년 2월 남 사장이 입사했다. `건설인생`으로 따지면 대우건설의 나이보다 3개월 남짓 부족한 셈이다. 건설인으로서 30년 중 대부분을 건설현장에서 보냈다. 서울역 앞 70년대 고도성장을 대표하는 24층짜리 대우센터빌딩이 77년 준공되기 전 막바지 공사에도 투입되는 등 말 그대로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남 사장은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를 중요시한다. 99년 1월 사장으로 취임한 후 채권단과 워크아웃 MOU를 원만히 체결했으며 회사를 3년 만에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등 뛰어난 위기극복 능력을 과시했다. 남 사장은 국내외 현장에서 두루 익힌 풍부한 실무경험과 이공계 출신다운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 CEO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오랜 현장근무 경험으로 공사품질과 안전을 직접 챙기는 데 소홀하지 않다. 매월 4일 열리는 안전점검의 날에는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직접 현장근로자와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우건설 재해율이 지난해 0.22%로 97년의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도 근로자들의 안전에 남달리 신경을 써온 결과다. 회사 임직원들은 대부분 한두 번은 남 사장과 함께 근무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여서 업무를 추진할 때 공감대 형성이 쉽다고 평가한다. 조기에 경영이 정상화된 것도 솔직한 성격에다 평소 임직원들과의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두터운 신뢰를 쌓은 결과라는 게 임직원들의 설명이다. 최근 노사가 워크아웃 졸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내용의 임금협상을 무교섭으로 타결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약력 ▲45년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 공업교육학과 졸업 ▲74년 대우개발(현재 대우건설 전신) 입사 ▲㈜대우 건축공무부장 ▲㈜대우 품질안전본부장 ▲㈜대우 개발사업본부장 ▲㈜대우 건설 부문 사장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 대우건설 30년史 대우건설은 70~80년대 고도성장과 90년대말 외환위기등 한국경제의 영욕(榮辱)과 궤적를 같이 해왔다. 73년 대우그룹이 당시 영세업체인 영진토건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대우건설은 초창기 직원이 12명에 불과했다. 당시 대우센터 빌딩, 서울 힐튼호텔등 초기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기반을 다져나갔다. 대우센터빌딩이 77년 준공된후 해외진출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에콰도르, 수단에 이어 리비아 건설시장에 진출했고 국내에서는 롯데호텔, 교보빌딩을 건설하면서 서울 중심부에는 대우건설의 타워크레인이 끊임없이 세워졌다. 90년대 대우건설은 업계최초로 ISO인증을 획득하는등 기술과 수주능력에서 건설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전 정부종합청사공사, 도심재개발사업, 아주대 부속병원등 건축사업을 다양화했으며 인천국제공항, 서울ㆍ부산 지하철, 영산강유역개발 등 국가기반건설사업 영역도 넓혀갔다. 특히 울산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이어 월성 3ㆍ4호기 수주로 원전건설사업에도 진출하는등 플랜트사업에서도 두각을 보인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IMF이후 대우사태로 대우건설은 큰 시련을 겪게 된다.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대우의 건설부문으로 속해있던 대우건설도 2000년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왔다. 2000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1,000여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정상화 노력으로 지난해 수주액이 전년대비 36% 증가한 5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43% 증가한 2,000억원을 달성하는등 빠르게 경영정상화의 틀을 다져나갔다. 주택부문은 올해 2만5,000여가구를 공급, 2001년부터 3년연속 주택공급 1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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