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금융시장 인식 바뀌고 있다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와 지루했던 장마가 소리 없이 물러가고 어느새 가을은 우리 마음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을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게 하고 올 한 해를 잠시 되돌아보라고 한다. 올해는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을에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야기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인하조치로 금융시장은 일시적 안정세를 보였으나 근본적인 불안요인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 금융산업이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자금조달비용 상승과 같은 차입여건의 악화는 불가피하다. 또 국내 일부 서민금융기관들은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대출 부실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따른 건설회사의 부도 발생 등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급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국경을 넘어 발생하는 일들이 불안으로 느껴지는 것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금융회사의 부실이 우려되는 것은 IMF외환위기 때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외환위기는 당시 일부 금융회사의 과잉투자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 들여다보면 국내 금융시장이 세계화ㆍ국제화 추세에 따라 빠른 속도로 개방됐으나 외부의 충격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소홀히 한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우리는 혹독한 대가와 희생을 치렀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을 부실 해소에 쏟아 부음으로써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고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세계와 하나로 연결된 금융시장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소득이다. 최근 관심이 되고 있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한 우려는 어쩌면 외환위기의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일 수 있다. 앞으로 국내금융시장이 어떠한 양상을 보일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값비싼 대가와 희생을 치르고 이뤄 놓은 현재의 시장제도로써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극복하고 대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다만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운영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의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