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몸체」 못밝힌채 “수사 끝”/검찰 한보수사 결산

◎장관·여야 의원 등 「구색맞추기 구속」/외압실체 의혹여전… 논란 계속될 듯한보그룹 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가 종착역에 다다른것 같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수사착수이후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과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 김우석 전 내무부장관, 홍인길·황병태·정재철·권노갑 의원 등 정·관계인사 5명, 신광식 제일·우찬목 조흥은행장 등 모두 9명을 구속했다. 수사 착수 18일만에 외형적으로는 꽤 많은 수확을 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총회장의 구속 만기일인 19일까지 정치권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하는 선에서 수사는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씨를 둘러싼 의혹도 검찰 수사의 궤도에서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대출을 가능케 한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변죽만 울렸을 뿐, 실체에 대한 해답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결국 이번 수사로 한보사태는 정경유착 구조에 따른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으로 드러나긴 했으나 외압의 핵심 배후를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지 못해 정치적 파장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보그룹 관계자 수사=한보철강 명의로 2천2백여억원의 불법 융통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정총회장을 구속했다. 또 회사공금 1백52억원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김 전 재정본부장을 구속했다. 그러나 한보가 ▲94년 이후 상아제약 등 13개 계열사 인수 ▲시베리아가스전 개발사업참여 등 대규모 사업을 확장하면서 대출금 유용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금융권 수사=소환된 전·현직 은행장 7명중 신제일, 우조흥은행장 등 2명만을 4억원씩의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과정에서 효산대출 비리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 보석허가를 받아 풀려났던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이 보석취소로 다시 수감됐다. 장명선 외환은행장, 김시형 산업은행총재, 이종연 전 조흥은행장, 이형구 전 산업은행 총재 등 4명도 소환 조사했으나 『스스로 판단해 대출해줬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정·관계 수사=정총회장이 로비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여야 중진의원과 고위 공무원 등 50여명중 신한국당 홍·황·정의원, 국민회의 권의원을 구속하고 관계인사로서 김 전 내무부장관을 구속했다. 김대통령의 핵심측근인 홍의원과 김 전 장관의 전격구속과 야당실세 권의원의 구속으로 이번 사건이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정씨의 로비를 받은 나머지 인사들은 화를 면해 사전에 사법처리 수위를 정한 「구색맞추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스스로를 「깃털」에 빗댄 홍의원에 대해 청와대 총무수석 당시의 비리를 캐내지 않는 등 소극적 수사를 벌여 핵심 배후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성종수>

관련기사



성종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