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企 환율지원책의 허실

지난 9일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수출중소기업 애로간담회. 원ㆍ엔 환율과 원ㆍ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선물환거래시 증거금 면제, 원자재 구매를 위한 조합 지원 등의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한줌의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절박한 중소기업의 처지를 잘 아는 정부로서는 당연하게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이러한 환율 지원책이 한계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예를 들어 환율 변동으로 일시적인 자금 경색에 빠진 수출중소기업에 10억원까지 대출해주는 ‘회생특례자금’ 지원을 보자. 정부는 이를 위해 지원 대상 기준에 ‘수출 비중이 매출의 50% 이상인 업체 중 수출 금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기업’을 새로 넣었다. 언뜻 보면 별 문제가 없지만 모호한 구석이 적지 않다. 통상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액이 준다. 하지만 그 원인이 환율 때문인지, 제품하자, 혹은 경쟁 심화 탓인지, 아니면 이런 요인들의 복합적 결과인지 가리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실사를 통해 엄격히 따진다고 주장하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얼마나 꼼꼼한 점검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원ㆍ엔 환율 하락에 따른 한계 수출기업의 사업전환자금 지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모두들 외면하는 한계 기업을 돕는 취지는 십분 이해하더라도 최대 30억원에 이르는 지원 규모와 대출금리가 연 4.75%에 불과하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실 정부의 역할을 어디까지 둘지는 명확히 설정하기 어렵다. 명확히 설정한다 해도 이 때문에 융통성 있는 정책 집행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정부의 시장 개입은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허술한 정책은 시장 왜곡으로 이어져 국민의 허리를 휘게 만든다. 정부는 개별 업체에 대한 일회성 지원보다는 수출구조 구도화, 시장 다변화 등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적 지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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