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배신의 펀드와 대숙정

97년도 8월말 96조원이던 수익증권(MMF포함) 수탁고가 99년 6월말에는 280조원을 넘었다. 경제위기의 중심기를 지나며 불과 2년만에 몸집을 3배로 불린 지난 13일 기준으로 공사채형 수익증권 잔고는 201조원, 주식형은 43조6,000억원, MMF는 30조원으로 집계됐다.수익증권은 고객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든후 펀드 매니저가 정해진 규정에 따라서 국공채나 회사채, 기업어음 등 채권과 주식을 사들여 돈을 불려 이를 고객들에게 다시 나누어 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객이 자기돈을 맡길때 전제 되는 것은 신뢰다. 펀드 관리자가 고객의 이익을 늘리고, 지키기 위해 선량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더욱이 자신의 사적이익이나 고객 이외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펀드를 관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식수준의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고 보아야 다. 수익증권을 신탁(信託)상품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계기가 되어 그 일각이 만천하에 드러난 투자신탁회사들의 모습은 어떠 가. 동일 계열에 대 자산편입 최고 도가 펀드 총자산의 10%임에 불구하고 70% 가깝게 툭정그룹 채권을 편입해둔 펀드가 수두룩하다. 대우그룹 회사채와 같은 투자부적격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편입할수 없는 단기상품인 MMF에도 몇십%의 채권이 포함되어 있어 환매제 을 받게된 고객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만일 그들이 고객의 입장에 섰다면 과연 동일계열 펀입 도를 어겨가면서 대우채권을 사들일수 있었을까. 신뢰를 보내고 귀중 자기 재산을 펀드에 맡긴 고객에 대 배신이었다. 「신뢰의 펀드」가 아닌「배신의 펀드」임이 드러났다. 지난 16일 이후의 환매제 조치도 관건은 투신권에 대 고객들의 신뢰회복이다. 환매사태의 본질은 『투신권은 아무래도 못믿겠으니 내돈은 일단 투신으로부터 빼가겠다』는 투자자들의 마인드다. 이같은 불신을 극복하지 못 다면 우리의 금융시장은 파국을 면할수 없다. 「배신자」에게 다시 기회가 올지 속을 태우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종결 되건간에 가지 분명 것은 투신권에서 온갖 불법과 탈법행위를 일삼은 시장관련자들에 대 인적 청산, 즉 대숙정(大肅正)이 필요하다는 정도가 심 배신자들이 다시는 투신권이나 증권계에 얼씬거리며 선량 사람들을 울리지 못하도록 원천적 방출조치가 이루어져야 다.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겠다며 큰소리 치던 감독당국자들에 대해서도 청소가 필요하다. 배신자와 협잡꾼, 그리고 배임자들의 썩은 냄새가 사라지면 여의도는 더 머물만 /WHWOO@SED.CO.KR 증권부 禹源河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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