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취업 실패로 속앓이 심한데 탈스펙 바람이 혼란 더 키워"

이기권 장관에 쏟아진 청년들의 하소연

'청년고용문제' 간담 2시간 진행

따끔한 지적에 얼굴 붉어지기도

"미래 위해 노동시장 개선 논의"

이기권(오른쪽 세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 노아에서 '청년고용문제, 청년과 함께 길을 만든다'를 주제로 개최한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일찌감치 금융권 입사를 준비해 토익과 자격증, 연수경험을 다 갖췄는데 기업들이 다시 자기소개서 중심의 탈 스펙을 추진하고 있어 더 혼란스럽습니다. 계속된 취업실패에 자존감을 잃는 친구들이 많습니다."(이다연·인하대 경영 4년)

"취업이 안 돼 졸업하지 않고 한 학기를 연장했습니다. 순수 인문학을 전공하는데 뽑는 기업이 없어 대다수가 복수전공을 하거나 대학원에 가서 취업준비를 하는 실정입니다."(조희원·이대 국문과 4년)


1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청년고용문제, 청년과 함께 길을 만든다'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쏟아지는 청년들의 하소연과 질타에 고개를 숙였다. 예상시간을 훌쩍 넘어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자리에서 이 장관은 현실에 대한 따끔한 지적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으며 청년들의 하소연 하나하나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메모했다. 이 장관은 "특히 올해 여러 환경이 불안해 기업들이 취업 규모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학교가 기술력과 근로조건이 괜찮은 1만2,600개 중견ㆍ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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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한 15명의 청년들은 청년취업 실태와 문제점에서부터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방법까지 정곡을 찌르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이상근(한양대 이계공학 4년)씨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정부가 보급한다고 하니까 민간에서는 돈 냄새를 맡고 우후죽순으로 설명회를 열어 또 다른 강좌를 만들고 있다"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NCS 역시 기준만 변경됐을 뿐 똑같이 스펙화되는 거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준영(서원대 정치행정학과 3년)씨는 "학교에서 취업률만 높이기 위해 어느 기업이건 우선 취업을 하도록 밀어 넣는다. 그러면 대부분 얼마 가지 못하고 퇴사하게 돼 기업은 물론이고 학생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꼬집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도 끊이지 않았다. 강동진(창원대 국제무역학 4년)씨는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용률이 개선됐지만 청년고용률은 제자리다. 청년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해주겠느냐"고 장관에게 물었고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문화ㆍ예술ㆍ서비스 분야에서 나오는 열정페이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하면 고용부의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현덕(한양대 경영학 4년)씨는 "장관님이 꼭 이루겠다는 청년취업 정책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하자 이 장관은 "청년들은 역시 직구(직설화법)를 좋아한다"고 살짝 당황하면서 "청년들의 15년 후가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청년들에게 어떤 꿈을 꾸게 해줄 것인지가 기성세대의 책임인데 빨리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해 많이 미안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미래 세대를 위해 노사정이 책임감을 갖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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