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05개 공기업, 42만명에 달하는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퇴직금제도를 변경한 것은 공공기관의 퇴직금 수준이 공무원이나 민간기업보다 높아 고통분담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명예퇴직금을 공무원 수준으로 낮춘데 이어 18년만에 다시 퇴직금제도를 바꿨다.
내년부터 공공기관 퇴직금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제도변경에 따른 파급효과 및 문제점을 살펴본다.
◇공공기관 퇴직금 어떻게 달라지나= 기본적으로 퇴직금은 기준급여에 일정한 지급률을 곱해 산출된다.
지난 80년 1차 제도변경 이전, 공공기관 퇴직금 산정방식은 기관별로 기준급여가 기본급,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으로 다양했고 지급률도 천차만별이었다.
1차 제도변경에 따라 지난 81년1월부터는 퇴직금 기준급여가 기본급, 제수당 , 상여금을 더한 금액으로 통일됐고 지급률도 근속연수에 따라 1년은 1개월 5년 7.5개월 10년 15.5개월 15년 24개월 20년 33개월 25년 42.5개월 30년 52.5개월로 단일화됐다.
이번에 변경된 퇴직금제도에 따르면 기준급여는 근로기준법상의 평균임금(기본급, 제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으로, 지급률은 근속연수에 따라 1년에 1개월분씩만 가산해야 한다. 물론 기준급여는 퇴직 3개월이전까지 받은 평균임금을 3개월로 나눈 금액이다.
그렇다면 이번 제도변경으로 공공기관 퇴직금은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모두 30년간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 재직기간이 현재 1년인 근로자는 앞으로 29년간 1년에 1개월의 기준급여(평균임금 기준)밖에 받을수 없기 때문에 종전 규정과 비교할 때 42.9%나 삭감된다.
반면 현재 재직기간이 25년인 근로자는 근로연한이 5년밖에 남지않아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작은 9.7%에 그쳐 전체적으로 평균 25%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98년말로 확정되는 퇴직금은 어떻게 되나= 지난 80년 개정때도 그랬듯이 기득권을 인정, 98년말까지는 기존산출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일단 퇴직금채무를 확정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에 확정되는 퇴직금을 각 공공기관이 언제, 어떻게 근로자들에게 중간정산할 것인지 여부를 포함, 변경된 퇴직금 제도채택여부를 기관별 노사합의에 맡겼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도 검토했으나 단체교섭권과 관련, 위헌소지가 있는데다 판례상 노사간 합의 없이는 퇴직금제도를 바꿀수 없어 이같이 정했다.
또 정부는 한꺼번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지 못할 경우 미지급 기간에 대해 기관별 평균임금 변동률을 반영해 추후 지급하도록 했다.
추후 받게 될 퇴직금 총액은 확정일(98년말)로부터 실제 지급일까지 경과기일에 평균임금변동률을 곱한 금액을 가감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임금이 줄어들면 당연히 퇴직금 총액은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면 98년 12월말까지 퇴직금이 1억원인 근로자가 단한푼의 중간정산을 받지 않고 오는 2000년말 퇴직하고 그동안 임금변동률이 99년 마이너스 10% 2000년 플러스 5%라면 98년말까지 확정된 퇴직금은 1억원×(1-0.10)×(1+0.05)= 9,450만원이 된다. 물론 99년과 2000년 2년간의 퇴직적립금은 제외한 것이다.
◇문제점과 파급효과= 이번 제도변경은 환경변화에 따른 당연한 산물이다.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관행화된 누진제로 공공기관 퇴직금은 동일하게 25년을 근속한 민간기업 근로자보다 77%(500인이상 사업장기준)나 많다.
이같은 누진제는 능력급제 일반화라는 시대적 사명앞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공공기관들이 한꺼번에 확정된 퇴직금을 근로자들에게 중간정산해 줄수 없다는 현실적 여건과 향후 임금이 상승하더라도 시중이자율을 따라잡을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있다.
705개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45만명이 일제히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게 되면 무려 2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공공기관이 현금으로 갖고 있는 퇴직적립금은 전체 퇴직금의 30%전후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내년중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임금총액은 평균 10%이상 줄어들 예정이기 때문에 곧바로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지 못한다면 향후 받을 퇴직금이 이자율이상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부수적인 문제라 할수 있는 퇴직금의 중간정산 시기와 방법 때문에 본체인 퇴직금제도 변경안을 받아들이기 위한 노사간 협상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확정될 퇴직금채무를 임금변동률에 연동하지 말고 부담이 가더라도 차라리 은행 정기예금이자율 등 시중금리에 연동시키는 것이 문제를 쉽게 풀수 있는 해법이 아니겠냐고 지적하고 있다.【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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