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날씨마케팅/가격·수요예측 제품성패 가른다(신마케팅전략)

◎가전업계 에어컨생산 늘려 톡톡한 재미/엘니뇨따른 곡물거래급증 해운계 희색/궂은날 무료입장권 증정 이벤트도 눈길올해 에어컨시장은 1백40만대로 1조5천억원 가량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7.3%(물량기준) 늘어난 것이며, 단일품목으로 최대시장을 형성하게 됐다는 뜻이다. 몇년전만 해도 애물단지로 취급되던 에어컨이 효자가 된 것은 소득향상, 낮은 보급률, 업계의 판촉활동 등이 작용했지만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하늘의 도움」이다. 날씨에 따라 판매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날씨정보를 입수, 적극 대비한 업체들의 노력, 즉 「날씨마케팅」이다. 업계는 에어컨을 생산하면서 올 여름날씨를 「고온다습한 기온이 예년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생산물량을 예년보다 10∼20% 늘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갑자기 닥칠 늦더위 수요에 대비해 5∼10만대를 추가생산할 수 있는 부품조달체계를 갖추었다. 물건이 없어 못팔아 기회손실을 입거나 판매가 안돼 재고를 안아 손해를 보던 예년모습은 올해 사라졌다. 날씨와 관련된 산업은 사람의 힘으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 『날씨산업은 하느님과 동업해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렇다 해도 날씨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는 사람의 몫이다. 빙과, 음료, 맥주, 가전, 의류, 곡물, 놀이동산, 이벤트업체는 날씨와 직접 관련을 맺고 있다. 요즘 날씨와 관련, 최대관심사는 엘니뇨현상. 엘니뇨는 무더위와 폭우, 가뭄등 지역별로 기상이변을 가져오는 원인. 올해 엘니뇨 강도는 금세기 최고의 피해를 준 지난 82∼83년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곧 올해 곡물작황이 크게 나빠져 내년 곡물가격이 폭등한다는 뜻이다. 이에따라 최근 국내 종합상사와 해운업체들은 내년도 곡물가격 상승에 앞서 물량확보를 위한 국제간 교역이 활기를 띠면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해운업체들은 대표적인 곡물항로인 미주­일본간 파나막스급 운임이 현재 톤당 20달러에서 내년초까지 27달러까지 치솟고, 중고선의 가격상승·신조선 발주증가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가격협상에 나서는 등 날씨(엘니뇨)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용 가전제품과 의류생산 업체들은 여간 고민이 큰게 아니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그해 겨울은 이상고온 현상을 보인 경우가 많아 자칫 올 겨울장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마케팅 가운데 「굳은 날씨」라는 핸디캡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경우로는 에버랜드의 레인마케팅을 들 수 있다. 야외놀이동산에서는 「비오는 날」 「폭설이 내리는 날」은 「공치는 날」이었다. 눈이나 비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 회사는 굳은 날 찾는 고객들에게 우산이나 기념품, 무료음료등을 제공하고, 하루 4시간 이상 눈이나 비가 내리면 그날 입장객들에게는 무료입장권을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 전세계 관련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날씨 자체도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민간에 날씨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영국의 메트로 로지컬 오피스, 미국의 KS웨더, 일본의 웨더뉴스 등 전문업체의 정보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기상현상은 하늘의 뜻이다. 그렇지만 날씨를 산업에 이용하는 것은 사람의 능력이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생산과 판매에서 큰 차이가 난다. 날씨마케팅의 중요성은 그래서 더욱 커진다.<박원배 기자>

관련기사



박원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