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전쟁’의 불똥이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한 뒤 유럽에서는 가스 값이 폭등하는 등 ‘가스대란’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천연가스 값 폭등세
러시아는 천연가스 생산ㆍ수출 세계 1위, 석유 생산ㆍ수출 세계 2위인 에너지 대국이다.
가즈프롬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 직후 서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이날 암스테르담전력거래소(APX)에서 천연가스 1월 인도분 가격은 2.7% 올라 100만BTU당 11.36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 가즈프롬 관계자는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전유럽이 ‘가스대란’ 영향권
영국 BBC 뉴스는 헝가리의 가스회사인 MOL이 러시아로부터의 공급받는 가스량이 이미 25%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에 따라 대규모 가스 소비기업들에게 석유 등 대체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나섰다.
또 AFP통신은 폴란드의 가스회사인 PGNiG도 우크라이나로부터의 가스 공급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폴란드로의 러시아산 가스 공급량이 약 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독일은 아직까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앞으로 가스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파장이 서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유럽 국가들은 일단 노르웨이 등 유럽 산유국에서 가스수입을 늘릴 방침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산업전반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관리들은 오는 4일 비상회의를 개최해 이번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도 러시아 비난
미국도 러시아가 지역 에너지 부문의 불안정을 불러오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이번에 공급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친미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견제 뿐만 아니라 세계 에너지시장의 재편까지를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 국부무 숀 맥코맥 대변인은 “러시아가 이처럼 가스공급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지역 에너지 안보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에너지를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