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국민만 본다는 안철수의 오류


#1.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인가.’ “국민이 과정을 만들어주신다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국민이 만들어주는 과정을 지켜보죠.”

#2. ‘정치혁신안은 언제 나오나.’ “빨리 내용을 내놓으라는 국민의 목소리로 귀담아듣겠다.”


지난 22일 안철수 캠프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현안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연이어 나눈 대화다. 박 본부장은 질의응답에 앞선 짧은 모두발언에서도 ‘국민’이라는 단어를 13번 사용했다.

다음날 안 후보가 내놓은 정치혁신안에 대해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서도 캠프 측은 ‘국민의 목소리’를 빌린다. 현실성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는 비판을 받은 의원 수 감축을 두고 안 후보는 “국민이 왜 숫자를 줄이라고 하는지 그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국민만 보고 간다’는 구호는 안철수 캠프에서 모든 정치현안을 푸는 열쇠처럼 돼버렸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기존 정치인이 그동안 해온 말과 전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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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불만은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뜻이지 ‘의원을 없애달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원들의 과대 대표성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안 후보가 차라리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어야 한다. 대신 의원의 다른 특권을 없애자고 주문했다면 어땠을까.

어떤 정치인도 말할 수 없는 혁신안을 국민 앞에 내놓는 것, 그것이 안철수 현상에 대한 안 후보의 올바른 답이다. 대선 출마 전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를 해야 한다”고 했던 안 후보처럼 말이다.

국민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을 어떻게 받아 안을지에 대한 실천방안은 중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비판을 두고 “본질은 그게 아니니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라”고만 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안 후보 스스로 경멸적으로 말했던 “국민의 요구를 대중의 어리석음으로 폄훼하는” 또 다른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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