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4월 30일] 까르푸 폭파 위협

지난 22일 오후2시께 한국인이 밀집해 사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까르푸 매장 앞. 중국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매장 안에는 쇼핑객은 거의 없이 종업원들만 한둘 오갈 뿐이었다. 이날 이렇게 까르푸 매장이 텅 빈 이유는 괴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폭파협박범은 이날 베이징 시내 시청(西城)지역의 한 공중전화에서 발신된 것으로 확인된 전화통화에서 “왕징의 까르푸 매장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위협했다. 이에 경찰은 손님들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 수색을 벌였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쇼핑객들은 뒤늦게 식은땀을 닦아내야 했다. 이달 초 프랑스 파리에서의 성화봉송 방해사태로 촉발된 중국인들의 까르푸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대도시 중심으로 전개됐던 까르푸 불매시위는 쓰촨(四川), 지린(吉林)성 등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반외세 기류는 단순한 불매운동을 넘어 외국에 대한 무차별적인 적개심으로 증폭되고 있다. 최근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 오간다 하는 다음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오는 5월1일 월마트 불매시위와 6월1일 맥도널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것인데 내용이 섬뜩하다. “21세기 중국에서 8국 연합군이 또 뭘 하려 하느냐. 14억 중국인의 단결된 힘과 4억 휴대폰족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까르푸ㆍ월마트ㆍKFCㆍ맥도널드ㆍ피자헛 매장 등을 ‘텅빈 매장(冷場)’으로 만들자.” 100여년 전 중국 내 모든 외국인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던 의화단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외국인을 겨냥한 까르푸 불매운동은 정작 중국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까르푸의 반품률이 높아지면서 중국 내 공급상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재중국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는 “까르푸 불매운동이 중단되지 않으면 유럽에서 보복조치로 중국제품에 대한 보이콧 캠페인이 나올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관영매체들을 통해 “애국에는 격정도 필요하지만 이성이 더욱 필요하다”며 까르푸 불매운동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베이징올림픽 D-100일을 맞는 날이다. 베이징 시내가 축제와 기쁨으로 가득 차야 당연한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실제 분위기는 싸늘하다. 중국인은 외국인을 혐오하고 외국인은 중국인을 두려워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베이징올림픽은 결코 축제가 될 수 없다. 중국이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슬로건인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ㆍOne World, One Dream)’을 진심으로 이루고 싶다면 보다 열린 자세로 세계를 끌어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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