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등 국내 최첨단 기술을 중국 등 해외에서 빼내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쟁기업서도 기술유출 시도가 적발돼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STX중공업 사례는 기술유출 시도가 국내외를 가지리 않고 갈수록 교묘하고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기업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 대기업 기술입수 시도는 처음=국내 첨단기술에 대한 기술유출 시도는 올들어 처음이 아니다. 올초에는 현대차 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될 뻔했고 지난 5월에는 국내 기술로 국제적 표준을 획득한 와이브로 기술이 유출되기 직전 국정원과 검찰의 공조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D조선의 수십척의 선박설계 도면이 중국으로 넘어갈 뻔했으나 이 역시 검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이 국내 경쟁기업을 타깃으로 첨단기술을 빼돌리려고 시도한 것은 처음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유출 경각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산순위 30위권의 STX그룹마저 불법적 기술유출 시도에 내몰렸다는 점에서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STX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탓에 그룹의 기업윤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예상=프로젝트당 수주액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담수화 설비 분야는 중동의 넘치는 오일달러를 배경으로 시장 사업성이 밝게 점쳐지고 있어 신규 시장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규 시장 참여자인 STX중공업이 무리하게 경쟁업체의 기술유출을 시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최근 담수ㆍ발전 플랜트 사업 분야에 새로 뛰어든 STX중공업은 두산중공업 고위임원들을 고액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했고 주요 보직을 맡기는 등 유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STX중공업은 구모 사장 등이 보유한 자료는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고 이들이 영업비밀을 빼돌리지도 않았으며, 회사와 이들 사이의 의도적이고 조직적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STX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보유한 자료는 수십년간 한국중공업 및 두산중공업에 근무하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작성ㆍ보관된 결과물로 영구적으로 보호되지 않은 영업비밀의 보호기간(통상 1년)이 대부분 지난 것이며 경제적 유용성 및 비밀 유지성이 결여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술유출인지 아닌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돼 재판과정에서 양측간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기술유출 산업 전 분야로 확산=최근의 기술유출 범죄에서 특징적인 것은 반도체 휴대전화를 비롯한 IT 분야에 집중돼온 핵심기술 빼돌리기가 이제는 자동차와 철강ㆍ조선 등 주력 제조업 부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두산중공업의 담수 플랜트 기술은 국내 업체가 세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점하고 있는 분야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6월까지 적발된 97건의 해외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11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서만도 현대기아차ㆍ포스코 등의 기업이 기술유출로 수십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검찰에 “기술유출 범죄를 엄단하고 관련 수사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