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증권사도 '벽'허물어 종합서비스 제공을"
"투자은행(Invest Banking)으로 갈 길은 아직 너무도 멀었다"
증권업종만 6년여간 연구해온 한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각종 규제에 묶여 증권사들이 제대로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5년 금융개혁위원회가 설립된 후 은행분야에서는 많은 개혁이 이뤄졌지만 증권부문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벌써 국내 증권사 상당수가 외국계로 넘어갔으며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시장 잠식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과 증권업체들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멕시코나 일본처럼 증권업시장을 외국인들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증권ㆍ투신 업체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규제를 최소한도로 줄이되 효율적이고 강한 감독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가능하면 시장에 맡기고 당국은 불안정한 조짐을 보일 때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부문에서 개선돼야 할 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아직도 업종간의 벽이 너무 두텁다는 점이다. 업종간의 벽이 두터워 증권사를 찾아 오는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증권사들이 은행 업무(인터넷뱅킹 포함)를 금지 하고 있어 결제업무를 못하고 있다.
증권사 계좌와 카드만 갖고 있어도 각종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광고 수입도 허용되지 않으며 카드업무, 외환업무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자질구레하지만 많은 규제들이 종합 증권사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금융산업의 세계 조류가 대형화, 겸업화, 디지털화하는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규제 때문에 변화의 움직임이 거세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융관련 규제들을 한꺼번에 풀 수 있도록 규제방식 자체를 포지티브(할 수 있는 사항만 규정)에서 네가티브(금지 사항 외에는 모두 허용토록 규정)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승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규모만 키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업간의 벽을 허물 수 있도록 금융관련 규제들이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본시장의 부실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규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증권업체나 증권사 스스로 윤리강령 및 기준을 설정하고, 위반시에는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막을 잘 모르는 당국이 통제하기보다는 증권업계에서 스스로 규제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선 아직 사회 문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음을 고려해 법적인 규제와 서로 보완하며 단계적으로 확대시키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지주회사 그룹이나 모회사와 자회사로 구성된 금융그룹에 대해서는 연결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등 연결된 기준에 의해 건전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계열 금융기업의 내부거래 및 신용공여 등에 대한 감시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가 더욱 중요하다.
지나친 정부의 개입을 막기위해 정부가 개입할 때에는 원칙에 따라 하도록 정부개입의 원칙을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의 글로벌화와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금융산업이 격변에 쌓여있다"며 "상업은행 뿐 아니라 투자은행도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업종간의 벽을 빨리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