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각·청와대 수석에 대한 실적평가의 명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 합동 워크숍에서 “내 일은 내가 챙겨서 내 책임으로 해야 하고 주요 정책은 공동토론과 정보공유를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내각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대해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평가하는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책임행정을 구현하는 한편 부처나 업무의 장벽을 쳐놓고 일하는 부처이기주의 풍토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의 큰 틀을 생각하며 보다 열린 시각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일을 챙겨서 열심히 해달라는 주문으로 말보다는 실천, 그럴 듯한 계획보다는 가시적인 실적을 중시하는 당선인의 실용주의를 엿보게 한다. 책임 떠넘기기 행정과 부처이기주의는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국가경쟁력의 걸림돌이 된다. 규제개혁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모두가 그 필요성을 외치고 대통령이 지시해도 규제완화가 지지부진한 데는 바로 부처이기주의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반드시 필요한 일도 각 부처가 자기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권한상실을 우려해 반대하거나 자기 일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행정 등 때문에 규제완화가 겉돌고 있는 것이다. 그 상징적 사건이 ‘대불공단 전봇대’다. 효율적인 정부, 일 잘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책임행정과 함께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일정기간을 단위로 각 부처의 업무자세와 능력을 평가해 그 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처이기주의 해소에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우선 정책의 단기화 문제다. 자칫하면 당장 눈에 띌 수 있는 가시적 실적에만 급급하게 만들어 중장기적인 관점이 요구되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짧은 기간 내에 실적을 내려다 보니 부처 간 긴밀한 협의나 지원보다는 자기 소관 업무에만 신경을 쓰게 돼 오히려 장벽을 더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없애고 제도의 목적을 최대한 이루려면 합리적이고 세밀한 평가기준 마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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