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4일]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 바로잡아야

문명화된 세상에서 전기는 공기나 물과 같이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재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소중함에 대한 인식은 한참 떨어진다. 110여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전력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정전시간, 규정전압 유지율, 송배전 손실률 등 주요 전력품질 지표에서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세계 수준에 올라서 있다. 전기요금은 국가 정책적으로 산업경쟁력 향상, 국민생활 안정 등을 위해 인상을 억제해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싼 값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7%에서 많게는 40%가량 저렴하다. 지난 26년간 소비자물가는 207%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불과 5.5% 인상하는 데 그친 탓이다. 물론 전기요금이 대표적인 공공요금으로서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낮은 요금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다. 그러나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구조의 부작용도 많다. 필자가 콘크리트 증기 양생을 위해 기름보일러를 설치하고 있는데 동종업체 사장이 깜짝 놀라면서 기름보일러보다는 전기보일러가 생산 원가가 적게 든다며 보일러의 교체를 권유했던 경험이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권유에 많은 고민도 했다. 전기 요금이 싸기 때문에 무분별한 사용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발전설비의 65% 이상이 석탄ㆍ석유ㆍLNG를 수입해 원료로 이용하는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또 화력발전은 일반적으로 약 40%의 열효율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1차 에너지원인 석탄ㆍ석유ㆍLNG 등의 연료보다 이를 이용해 생산되는 2차 에너지원인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구조를 초래하는 이유다. 급기야 국민의 혈세로 그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심각한 에너지 소비 왜곡의 기현상을 낳기도 한다. 최근 영국의 석유 회사인 BP가 발표한 ‘2008 세계 에너지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은 전세계 소비량의 2.1%로서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ㆍ인도 등에 이어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전기소비구조가 왜곡돼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등은 이 같은 왜곡된 전기소비구조를 바꿀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에너지 요금체계 개선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성숙된 국민의식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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