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하 이 홀!] 포천힐스CC 팰리스코스 6번홀

연못 속 '바위 5형제' 골퍼 발길 잡네<br>발파 작업에도 안깨지자 그냥 두고 해저드 조성<br>"하롱베이 닮았다" 명물로<br>좌우 양측에 OB구역 힘빼고 쳐야 볼 수장 면해



어떤 골프코스가 좋은 코스일까. 미국의 양대 골프전문지인 골프매거진과 골프다이제스트가 최고의 코스를 선정할 때 잣대로 삼는 기준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대체로 ▲한 코스에서 요구되는 샷의 다양성을 뜻하는 샷 밸류(샷의 가치) ▲골퍼의 기량이나 특성에 따른 코스 공략의 공정성 ▲잘 짜여진 교향곡과 같은 홀 배치의 리듬감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심미성 ▲플레이한 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성과 다양성 등이다.

경기 포천의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인 포천힐스CC는 지형적인 장점 덕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기억성과 다양성에서는 탁월하다. 27홀 가운데 비슷한 홀이 거의 없을 정도다.


팰리스코스 6번홀(파4)은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잉그라운드 앞쪽이자 페어웨이 전반부 왼편에 자리한 해저드가 눈길을 끈다. 다른 평범한 해저드와 달리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연못 속에 옹기종기 자리잡고 솟아 있는 5형제 바위 때문이다. 크고 작은 5개의 작은 바위섬은 신비로우면서도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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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위섬의 탄생 배경도 재미있다. 설계자는 암반 지대였던 이곳에 현재의 해저드를 만들기로 했다. 땅이 움푹 파이도록 발파 작업을 했지만 폭약의 위력에도 살아남은 게 바로 이 바위들이다. 계획대로라면 마저 없애야 했었지만 물을 채우면 색다른 멋이 나겠다는 생각에서 그대로 놓아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라질 뻔했던 바위들이 결국 골프장을 기억하게 하는 명물이 됐다. 일부 이용객은 베트남 하롱베이의 일부를 축소해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레귤러 티잉그라운드에서 이 아름다운 해저드를 넘기는 것은 150m 정도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수많은 골프볼이 수장되는 이유는 해저드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호사가들은 주장한다.

이 홀을 공략하는 쉽고도 어려운 해답은 힘을 빼는 것이다. 가볍게 치면 물에 빠지지 않는다. 좌우측 모두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이지만 페어웨이가 꽤 넓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멀리 보이는 그린 오른쪽 벙커를 겨냥하는 게 좋다. 세컨드 샷 지점에서 그린까지는 오르막이다. 오르막을 너무 계산해 너무 길게 치면 볼이 8번홀 페어웨이로 가기도 해 파 세이브가 어렵다. 그린은 무난해서 첫 두 샷을 잘만 치면 버디도 노려볼 만하다.

포천힐스CC는 2010년 정식 개장한 신생 골프장이면서도 코스와 서비스 등에서 안정감을 준다. 경기 용인의 신원CC를 경영하며 명문 반열에 올려놓은 이동주 사장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네이밍부터 남다르다. 포천힐스의 영어 표기는 'Fortune Hills'다. 지명인 '포천'과 행운을 뜻하는 '포천'을 절묘하게 결합한 위트가 돋보인다. 3개의 코스 이름인 가든과 캐슬ㆍ팰리스에도 의미가 녹아 있다. 정원을 거쳐 성문을 들어서 궁전에 도달한다는 스토리텔링이다.

3개 코스 중 어떤 2곳을 조합해도 전장이 7,200야드에 이르고 힘으로만은 정복할 수 없는 전략과 도전의 요소가 풍성하다. 20m가 넘는 키의 낙엽송 속에서 포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즐거움은 놓칠 수 없다. 최경주 재단 꿈나무들에게 훈련 장소를 제공하고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따뜻함도 지닌 곳이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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