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국제금융 외교술을 배워라

서정명 뉴욕특파원

지난 9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저지주의 한 음식점.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뉴욕 특파원들이 만났다. 런던과 뉴욕에서의 해외 한국경제설명회(IR)를 마친 한 부총리와 경제 관료들이 성공적인 해외 IR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한 부총리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정부의 ‘5%룰’과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 등 외국자본 차별로 비쳐질 수 있는 사항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런던의 한국 투자자들과 월가(街)의 대형 투자기관들은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자본 개방정책을 이해하게 됐고 5%룰과 은행 이사 수 제한 등 언뜻 보기에 외국자본을 차별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한국정부의 솔직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전해 듣고 안도하는 모습이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언론과 투자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금융시장 개방정책이 뒷걸음질치고 있으며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서는 동북아 금융허브 청사진은 요원한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설명회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해외자본 유치정책은 바로 여기에 맹점이 있다. 5%룰과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은 미국 등 선진경제에서도 이미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결코 한국정부가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었다. 문제는 국제금융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도입하면서 이들의 이해를 구하는 장치를 전혀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들에게 정책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면 문제의 불씨를 사전에 제거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고 일방적으로 외국인들의 이해를 구한 것이다. 한국경제의 현황과 청사진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투자유치를 부탁해야 할 국가 IR이 5%룰 등 몇몇 사안에 대한 해명으로 온 시간을 다 보낸 것이나, 부총리가 월가 투자자를 개인적으로 만나 이해를 구한 것은 격식에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제자본시장에서도 ‘세일즈 금융외교’가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부당한 공격과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들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경제 관료들도 치밀하고 세련된 국제금융의 외교술을 배워야 한다. 한 부총리가 이날 모임에서 “외국인들에게 오해를 산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국제금융 자본과의 대화채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언급한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