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러시아의 푸틴 3기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아직 푸틴에 반대하는 세력의 시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대통령 임기가 4년에서 6년으로 연장돼 향후 푸틴 정부는 안정적인 집권하에 보다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취임식 직후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대통령이 전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총리로 지명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푸틴 정부의 정책기조는 이전과 근본적 차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민주화와 부패척결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제 현대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소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존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완화하고 시장의 역할과 법치를 보다 강조하면서 경제발전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민영화ㆍ극동지역 개발 적극 참여
푸틴 정부는 우선 각종 제도개혁을 통해 투자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경제 현대화를 위해 혁신산업 육성 등 신산업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민간 부문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석유ㆍ가스, 통신, 금융 부문 등 20개 국유기업을 민영화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낙후된 극동ㆍ시베리아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 개발기금을 조성해 운송망 구축 등 각종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할 것이다.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사치세를 도입하고, 첨단기술 분야를 비롯한 비원자재 관련 기업에는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푸틴 정부는 경제발전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다양한 경제개혁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러시아의 법적ㆍ제도적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극동ㆍ시베리아의 자원개발까지 순조롭게 추진되면 러시아의 경제력은 상당히 커질 것이다. 러시아과학원 세계경제ㆍ국제관계연구소(IMEMO)는 구매력 기준으로 2010년 세계 6위(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9,700달러)인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2020년 5위(2만9,800달러)로 한 계단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정부의 출범은 급변하는 국제경제 질서하에서 북방 신흥시장 개척이 절실한 한국에 분명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호기를 놓치지 않고 한ㆍ러 경제협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접근 방안이 요구된다. 첫째, 러시아의 경제 현대화 및 산업 다각화 과정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러시아가 실리콘밸리로 육성하려는 모스크바 근교의 스콜코보 혁신산업단지에서 첨단기술 및 혁신 부문의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 때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ㆍ정보가 부족한 우리 중소기업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둘째, 러시아 정부와 공동으로 '극동지역 협력 프로그램'을 수립해 이 지역의 에너지자원 개발뿐만 아니라 농림수산업ㆍ인프라 개발 분야 등 다방면의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푸틴 정부가 낙후된 극동ㆍ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보다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동북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투자 확대ㆍFTA 검토해야
셋째, 러시아가 앞으로 추진할 대규모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이므로 현재 계획된 로스네프트ㆍ소브콤플로트ㆍ대외무역은행 등 러시아의 석유ㆍ가스, 통신, 금융 기업들의 지분 매각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러시아의 국제화ㆍ글로벌 스탠더드화 추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자ㆍ자동차 등 현재의 주력 수출품 이외의 신규 유망 품목을 발굴하고, WTO 가입으로 개방되는 서비스ㆍ에너지 분야의 교역ㆍ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대러 경제협력 내용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의 비관세장벽을 더욱 낮춰 시장을 선점하고 양국 간 통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 마련을 위해 한ㆍ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