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누가 우리인가/유종근 전북지사(로터리)

1980년대는 일본의 전성기였다. 일본의 무역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렇게 해서 긁어 모은 달러로 미국에 투자하고 있었다. 미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록펠러 센터를 일본 사람이 매입하자 일부 언론은 매우 우려하는 논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초연한 자세를 보였다.우리나라는 어떤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공장을 지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어도 아파트 한채를 살 수 없다. 도지사 선거기간 중 TV 토론에서 외국자본을 참여시켜 새만금 개발사업을 앞당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가 외국사람들에게 우리 땅을 팔아넘기려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매도당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매도는 논리를 무시하고 감정에 치우친 사고방식의 발로일 따름이다. 우리 땅의 일부 또는 건물을 외국사람이 샀다고 해서 그 땅이나 건물을 외국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을 따름이고 그 땅은 엄연히 우리나라 영토에 속해 있다. 우리에게 그 땅이 꼭 필요하면 다시 사들이면 된다. 공공목적에 꼭 필요한데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토지수용을 하면 된다. 선진국에서 외국사람들이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별 제약을 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많이 하면 영주권을 주겠다고 유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소유권도 이와 마찬가지다. 하버드 대학교의 로버트 라이히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누가 우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국기를 앞세우고 세계로 진출하는 자국 기업들의 이윤을 높여주는 것보다는 자국 국민들이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지어 외국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해서 고용을 창출하면 우리에게는 보다 직접적인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개별투자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같은 구시대적 제한을 완화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경제 사정을 타개하는데 일조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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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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