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에는 출근시간대부터 장대비가 쏟아져 중랑천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을 맞았다. 이날 오전10시20분께 중랑천 지류인 방학천이 범람 위기에 놓이자 서울시 재해대책본부는 도봉구 쌍문1동,창4동,방학1·3동 등 인근 주민들에 대피 준비령을 내렸다.오전부터 일부 저지대는 하수도의 물이 역류하면서 침수가 시작돼 지난해의 악몽이 재현됐다.
중랑천 본류 역시 이날 오전 월계교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신의교·성동교 등도 잇따라 위험수위에 도달, 인근 주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수마에 불안해하며 대피소로 향했다.
특히 지난해 수해를 겪었던 월계동·공릉동 등 중랑천변 주민들은 이날 아침 출근을 포기한 채 가족들과 함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월계동의 한 주민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한민국 수도가 불과 며칠간 내린 비로 매년 똑같은 물난리를 겪는다면 문제 있는것 아니냐』며 『이제는 불안해서 더 이상 이곳에 살지 못할것 같다』고 말했다.
곳곳의 차로들도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이 차량운행을 자제,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암동 상암지하차도, 올림픽 대로 여의상류 나들목, 수색역 앞 도로 등 상습 침수구역이 물에 잠겼고, 중랑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동부간선도로도 완전히 물에 잠겨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전철역도 곳곳에서 침수돼 시민들의 발길을 묶었다. 이날 오전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 1층이 물에 잠겨 전동차가 정차하지 않은 채 통과했고 뒤이어 1호선 주안역 철로도 침수돼 이구간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1일 오후 잦아든 비로 한시름 놓았던 동두천시도 2일 오전부터 시내를 관통하는 신천이 일부 범람, 주민들을 다시 불안속으로 빠뜨렸다. 잠시 집으로 돌아가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주민들은 황급히 고지대로 대피해 마을을 휩쓸고 있는 거대한 물줄기를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장대비가 남하하면서 지난해 수해로 마을 전체를 잃었던 고양시 벽제천 주변 마을들도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양주군 역시 회천읍 지역을 흐르는 청담천이 넘치면서 인근 주택과 공장,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수해권에 포함됐다. 사실상 한강 이북 대부분이 수해권에 든 셈이다.
동두천·파주·연천 등 경기북부 지역 역시 주민들이 잦아진 빗속에 가재도구들을 미처 정리할 틈도 없이 또 다시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제2의 물난리가 예고되고 있다. 연천지역에는 2일 새벽부터 시간당 30㎜의 비가 내리면서 불어난 물이 주민들을 위협했다.
파주시 역시 오전부터 비가 굵어져 수해 복구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은 물과 전기·전화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사흘째 수마와 싸워야 했다. 특히 물 공급원인 취수장들이 상당수 침수돼 수재민들은 물론 비피해를 입지 않은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식수난으로 고통을 겪었다.
전화 역시 2만4,000여회선이 끊겨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돼 외지의 가족들이 안부를 확인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사투도 힘겨웠다. 철원지역 주민들은 남대천 둑 범람을 막기 위해 새벽부터 몸에 밧줄을 묶고 둑을 보강하고 나섰지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물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계속되는 비로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 수재민들은 대피소에 모여 이제는 슬퍼할 기력마저 잃어버린듯 했다. 구석구석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수해에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정부의 「무대책」에 대한 성토가 끊이질 않았다.
파주 문산읍 문산초등학교에 대피해 있는 정운선(58·농업·파주시 문산읍)씨는 『매년 당국에 대책을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장은 힘들고 수년 걸린다」는 말 뿐』이라며 분개했다. /사회부 LIBR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