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북한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을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한 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오늘 오전 9시부터 30분간 청와대에서 김 비서 등 북한 조문단 일행을 접견했다. 북한 조문단은 남북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 받고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원칙을 설명한 뒤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고위급 대화가 성사된 것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조문단의 만남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첫 걸음을 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신들도 이날 회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AP통신은 북한 조문단이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면서 "이날 만남이 햇볕정책을 수행한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수시간 전에 이뤄줬다"며 "그동안 긴장을 보여온 남북관계가 따뜻해지는 신호"라고 전했다.
지난 21일 도착해 2박3일간 서울에 머문 북한 조문단은 이 대통령 면담 직후인 23일 낮 12시 10분께 북한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떠나 평양으로 돌아갔다.
김 비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 잘 됐다"고 답했고, 출국에 앞서 숙소를 떠나면서도 "좋은 기분으로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