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감정적인 사람, 감성적인 사람

리더들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과 함께 색소폰을 배우고 드럼을 치며 공연을 하는가 하면 공석에서 사회 초년 시절의 실패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심지어 국가의 CEO인 대통령이 연설 도중에 격한 감정을 터트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인식돼왔던 신중하고 절제하는 리더의 스테레오 타입에 비해 행동이나 감정 표현이 훨씬 자유롭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감성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감정 표현에 충실한 것이 곧 감성적인 것일까.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이혼한 전처에 대한 질문공세를 견디지 못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인터뷰 도중 화를 내며 나가버린 사건이 보도됐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감정 표현이었다. 그럼 그는 감성적인 사람인가. 감성을 감정과 감각을 바탕으로 발휘되는 능력이라고 본다면 감정은 감성의 바탕이 된다. 실제로 우리는 감정적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감정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명확히 대답하기는 어렵다. 애매하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앤 페어와 제임스 A 러셀은 감정(emotion)이란 일종의 느껴본 경험(felt experience)이라고 정의 내린다. 때문에 감정이란 느끼는 것이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와 말하거나 행동할 때 통상 연상되는 생각과 심리적인 변화, 그리고 뭔가 하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반응한다고 말한다. 한편 감정을 정의하는 방법에 대한 과학적인 합의는 없으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감정이 이성적인 사고, 감각을 통해 알게 된 정보, 그리고 정보의 저장 등과는 구별된다는 데 동의한다. 아울러 우리의 감정은 이러한 모든 정신작용과 상호작용을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감정을 분류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수가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감정들을 열거하려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한 감정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전자는 기분을 좋게 만들고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지만 후자는 본인은 물론 상대에게도 스트레스가 되며 관계에 방해가 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기본적인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을 감정적인 사람이라 말한다.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만큼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고려할 줄 안다면,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해 좋은 관계를 맺을 줄 안다면 그는 감정을 통해 관계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문득 감정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의 차이는 어쩌면 종이 한장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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