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투자가 산업강국 만든다] <4> 제2의 반도체·조선 키워라

환경·에너지 등 미래산업 적극 진출 '산업 입체화' 나서야<br>기업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기본<br>상시 혁신하는 트랜스포머 돼야<br>동물적 감각으로 승부수 띄운 1세대 경영인 도전정신도 필요


"기술로 먹고 사는 기업은 해당 기술이 진화할수록 성장률이 떨어진다. 적절한 타이밍에 빠져나와 새 사업군으로 진입해야 한다." 기업변신의 대명사인 듀폰의 토머스 코넬리 부회장이 한 말이다. 정보기술(IT)과 중화학 분야에 사업이 집중된 한국 산업계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기업들은 상시 혁신을 하는 '트랜스포머'가 돼야 하고 국가의 산업지도는 입체화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금 한국 대기업들은 IT와 중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IT와 중화학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닥칠 경우 국가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키아는 한때 세계 휴대폰시장을 석권하며 핀란드 총수출의 25%, 법인세 세수액의 22%를 도맡았다. 그런 노키아가 최악의 실적부진을 겪으며 몰락의 길을 걷자 핀란드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고통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 노키아는 지난 6월 약 7,000명에 이르는 인원감축안을 내놓으며 핀란드 고용시장에 냉기를 돌게 했다. 또 정부의 세수 수입도 줄어들게 했다. 핀란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13억유로였던 노키아의 납세액은 2009년 약 1억유로로 수직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노키아의 나라'임을 자인했던 정부의 홍보 사이트에서조차 "1년 전만 해도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성장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핀란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선 환경ㆍ에너지ㆍ바이오ㆍ헬스ㆍ의료ㆍ인프라 산업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제2의 반도체ㆍ철강ㆍ조선 업종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준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국가 산업 포트폴리오도 자산투자처럼 생각하면 된다"며 다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위원은 "자산도 한정된 종목에 집중 투자하면 잘될 경우 수익이 좋겠지만 실패하면 피해도 크다"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포트폴리오의 폭을 넓히고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입체화가 성공하려면 기업의 투자다변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트랜스포머처럼 혁신에 능해야 한다. 변신 프로그램을 상시 가동해 성공한 대표적 기업인 미국의 GE는 그래서 벤치마킹 1번지다. 1990년대 성장을 이끌던 금융ㆍ소비재ㆍ산업재 부문을 2000년대 들어 대폭 축소하고 헬스케어와 에너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듀폰 역시 1990년대 후반 종합화학 기업에서 농생명공학ㆍ대체에너지ㆍ특수소재를 핵심으로 하는 '시장주도 과학기업'으로 변신했다. 듀폰은 한국에도 이노베이션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혁신에 적극적이다. 필립스는 레드오션을 탈출한 모범사례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ㆍ전자부품 등에서 철수하고 '헬스케어-조명-특화된 가전'의 3각 편대가 회사의 균형을 잡는 사업구조로 완전히 개편했다. 일본 히타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었지만 도시건설, 수처리, 환경친화형 데이터센터 등 사회 인프라 사업에 집중 투자해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4대 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인 김모씨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촉발된 거대 IT기업의 판도재편이 불과 3~4년에 이뤄지는 것을 보고 우리 회사도 내 임기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아찔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가 하루아침에 시장을 바꾸는 현상은 자동차ㆍ정유ㆍ조선ㆍ화학ㆍ철강 등 한국의 주력산업 가운데 어떤 분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변화를 위한 혁신역량을 갖추는 것은 기업의 필수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동물적 감각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기업가정신이 넘쳐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4대 그룹을 위시한 대기업들은 신사업에 적극적이기는 하나 좀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철ㆍ정주영ㆍ김우중 회장 등 창업세대와 같은 '깜짝 놀랄 만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록 국가시책에 편승했을지언정 모든 것을 걸고 미래사업에 도전했고 그 열매가 현재 한국 산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예를 들었다. 그는 "이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 섬유ㆍ제분ㆍ제당ㆍ백화점 등 선대의 캐시카우를 모조리 계열 분리하고 전기ㆍ전자ㆍ반도체ㆍ중공업ㆍ금융 등 당시의 미래산업에만 올인한 것처럼 큰 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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