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산 분리 원칙' 재고의 속사정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던진 화두가 정ㆍ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달 초 “금산 분리의 원칙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금기시돼온 문제를 이슈화했다. 이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재벌의 금융산업 참여를 허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그의 발언은 우리 금융산업이 미성숙 상태에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에 금융감독 당국 수장으로서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인수합병(M&A)시장에서 한국 금융자본이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 금융자본이 창피한 수준에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넉넉한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영향력이 절실할 수도 있다. 국내 M&A시장에서 외국자본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산업자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윤 위원장의 제언은 금산분리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만들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법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에서도 환영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벌이 금융자본까지 독식할 가능성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유연한 금산분리원칙을 유지하는 방안이 대안이 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대안 없는 비판을 던지기에는 한국 경제의 여건이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M&A시장은 국제적으로 손꼽힐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결국 국내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다. 그 결정은 정부와 국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 동시에 은행ㆍ보험사ㆍ증권사 등 국내 금융자본들이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최근 “왜 국내 금융기관 중에는 삼성전자 같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곳이 나오지 않느냐”며 설파한 바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한계가 결국 금산분리원칙의 재고라는 화두를 꺼내게 한 장본인이다. 국내 금융자본은 ‘관치’니 ‘IMF 위기는 재벌 탓’이니 하는 태생적 한계론 같은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가는 영원히 글로벌 금융기관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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