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돈 화백 7일부터 청작화랑서 개인전

신화속 소년·소녀가 마치 살아나온듯…

‘누나와 함께 간 강언덕’

보존 상태가 말끔하게 발굴된 고대벽화가 속살을 드러낸 것 같다. 말을 타고 내달리는 피리부는 소년의 모습은 고구려 수렵도에서 살아나온 듯하다.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의 ‘원포귀범(遠浦歸帆ㆍ포구로 돌아오는 돛단배)’을 닮은 배에는 고향을 그리는 애수가 묻어난다. 아기자기한 초가집과 적송도 마찬가지. 과거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그림에서 현대적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고, 신화 속 인물 같은 소년과 소녀의 한복만이 정겹다. 문학작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박돈(본명 박창돈ㆍ80) 화백의 근작들이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7~21일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대중 앞에 선보인다.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난 작가는 해주예술학교 미술과 졸업 후 60년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역사를 함께 했다. 1970년대 그의 국전출품작을 호암 이병철 전 삼성회장이 구입해 간 것으로도 유명하다. 섬과 바다의 원경은 실향민인 작가의 고향 장산곶마루에서 보이는 몽금포 해수욕장, 백령도의 풍광. 작가는 “화려한 유화가 좋아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정 없는 무채색과 번쩍이는 광택이 싫어지고 점점 운치 있는 동양화가 좋아지더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노화가는 직접 만들어 빻은 안료를 화면에 덧칠하길 수 차례 반복, 광택을 없애고 거친 질감을 형성해 낸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비법이다. 작품 크기에 상관없이 완성하는 데 수개월 이상 걸리는 것도 이 때문. 그는 “서양에 귀를 자른 반 고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최북은 부젓가락으로 자기 눈을 찔렀다”면서 “내 몸도 내 맘대로 하는데 내 그림을 내맘대로 못하겠냐고 했던 그들처럼 작품에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가는 100호 기준 2,000만원 선. (02)549-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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