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할리우드의 자존심으로 군림하던 미국의 영화제작배급사 MGM이 결국 법원의 도움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청난 빚더미에 허덕이며 영화 제작도 중단하고 각종 인수설에 시달리더니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해 살길을 다시 모색하게 된 것이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MGM은 채권단으로부터 ‘사전조정파산(Pre-Packaged bankruptcy)’에 대해 승인을 받은 후 뉴욕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MGM은 40억달러에 달했던 채무의 일정분을 탕감받게 됐고 채권단과 채권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에 합의했다. 또 앞으로는 영화제작사 ‘스파이글래스’로부터 구조조정을 받게 된다. 스파이글래스는 MGM 지분의 4%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GM 주식의 15%를 보유한 미국의 억만장자 칼 아이칸이 자신이 소유한 캐나다계 영화사 ‘라이언스케이트’와 MGM을 합병하려 했으나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돼 결국 MGM은 파산보호 신청을 통한 기업회생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표효하는 사자 로고로 유명한 MGM은 지난 1924년 설립돼 ‘바람과함께 사라지다’ ‘007시리즈’ 같은 고전을 제작하며 헐리우드 맹주로 자리매김 했었다. 그러나 80~90년대에는 무리한 합병과 케이블 채널 인수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또 지난 2005년 사모펀드 TPG가 기업담보차입매수방식(LBO)으로 MGM을 사들인 이후에는 계속해서 부채에 시달렸다. 올해 들어서는 파산이 임박해 매각설이 떠돌면서 007시리즈 23편 제작이 중단됐고 9월에는 인도 대기업 사하라 인디아 페리워사로부터 20억달러의 인수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발리우드’에 ‘헐리우드’를 내줄 수 없다며 끝까지 회생 계획을 도출하는데 총력을 다했다. MGM의 공중분해는 막았지만 가까스로 얻은 회생 기회를 어떻게 살려가 명맥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 MGM의 경우 거대자본이 집약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이 끊긴데다가 최근 디지털 복제 만연으로 DVD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재정악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사업 부문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