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국적제약사 시장잠식 가속

건보급여 청구액 전체 27%·상위 10개 약중 8개 차지<br>국내사는 청구업체수도 감소

1,000억원 이상 건강보험급여를 청구한 외자 제약사가 1년 새 2곳 늘어나는 등 다국적제약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열린우리당의 장향숙 의원이 분석한 ‘2003년 제약사 건강보험급여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한 제약사는 315개 업체로, 이중 다국적제약사는 25개인 8%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다국적제약사의 청구액은 1조4,168억원으로 무려 전체 급여액(5조2,076억원)의 27.2%를 차지했다. 이는 2002년도 26.3%(1조1,719억원)에 비해 0.9%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국내 제약사는 3조7,908억원을 청구해 전년대비 5,104억원 늘었지만 점유율은 줄었고, 특히 급여 청구 제약사 수도 2002년에 비해 21개 감소해 국내 제약시장이 갈수록 외자사에 잠식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건강보험 청구 금액별 현황을 보면 전체 청구액이 1,000억원 이상인 업체는 한국화이자(2,763억원)를 비롯해 함국엠에스디(1,421억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1,370억원), 한국얀센(1,160억원), 사노피-신데라보코리아(1,093억원), 한국노바티스(1,024억원) 등 6곳이다. 이는 전년대비 2개사가 늘어난 것. 특히 한국화이자는 2002년에 비해 970억원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사노피-신데라보코리아(371억원) 한국노바티스(272억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216억원), 한국엠에스디(175억원) 등도 청구 금액이 크게 늘었다. 또한 건강보험 청구 상위 10개 약 중 다국적제약사 약이 무려 8개를 차지, 여전히 의사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약품별 순위를 보면 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5mg이 1,306억원으로 2002년에 이어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사노피-신데라보코리아의 플라박스정(424억원), 한국비엠에스제약의 탁솔주(330억원), 한국엠에스디의 코자정(320억원), 한국얀센의 스포라녹스캅셀(29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제약사는 2위를 차지한 한독약품의 아마릴정2mg(545억원)과 6위인 LG생명과학의 자니딥정(300억원) 두 개 뿐이었다. 이와 반대로 국내 제약사는 4개업체중 1개꼴로 연간 건보청구액이 1,000만원도 안되는 것으로 조사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약은 다국적제약사가 독식을 하고, 경증질환에 이용되는 값싼 약만 토종사가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향숙 의원은 “다국적제약사의 건강보험청구액 증가세는 국내제약산업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을 보호하고 약값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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